‘도둑 뇌사 사건’부터 ‘공릉동 살인 사건’까지…정당방위 인정에 대한 논란 가열
일명 ‘공릉동 살인사건’의 범인을 살해한 예비 신랑에 대한 정당방위가 인정된 가운데 과거 정당방위 인정 논란에 빠졌던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강원 원주의 한 주택에 침입해 물건을 훔치려나 때마침 귀가한 20대 집주인에게 발각돼 마구 얻어맞어 뇌사 상태에 빠진 50대 도둑이 10개월여 만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사건으로 집에 침입한 도둑을 제압한 집주인에서 상해 사건의 피의자 신세가 된 집주인 ㄱ씨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대법원 전경. 경향 사진 자료
당시 재판부는 “절도범을 제압하기 위해 폭행하였더라도 아무런 저항 없이 도망만 가려고 했던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장시간 심하게 때린 행위는 절도범에 대한 정당방위 행위로서의 한도를 넘은 것이다”고 판단했다.
지난 2005년에는 알코올 중독에 걸린 남편의 시비를 피해 팔을 뿌리치다 머리를 부딪쳐 뇌사상태에 빠지게 한 ㄱ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당시 ㄱ씨는 남편이 술에 취해 ㄱ씨에게 시비를 걸었고 이를 피해 ㄱ씨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려고 현관에 나섰다. 남편은 뒤에서 갑자기 손으로 ㄱ씨의 뒷머리채르 세게 잡아 당겼고 순간 ㄱ씨는 남편의 팔을 뿌리쳤다. 그리고 돌아서 남편의 배를 걷어찼고 남편은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딧혔다.
ㄱ씨는 뒤 늦게 고통을 호소하는 남편을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뇌수술을 받고도 결국 남편은 깨어나지 못했다.
재판부는 폭행치상죄로 기소된 ㄱ씨에게 머리채를 잡은 남편의 손을 뿌리친 시점에서 이미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넘어섰고 이어 ㄱ씨가 남편을 발로찬 행위는 방어가 아니라 공격”이라며 “ㄱ씨의 죄질이 가볍지 않고 남편이 의식불명에 이르는 심각한 결과가 초래됐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전과가 없고 사건이 우발적이며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두 자녀를 홀로 부양해야하는 사정을 감안해 집행유레를 선고했다. ㄱ씨의 정당방위 행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정당방위 인정이 흔치 않다.
그러나 지난 9월 24일 휴가를 나온 한 군인 ㄷ씨가 집으로 침입해 자신의 예비 신부를 살해하고 자신의 생명마저 위협하자 그가 들고 있던 흉기를 빼앗아 ㄷ씨의 목과 등을 찔러 사망케한 ㄹ씨에 대해 경찰이 정당방위를 9일 인정했다.
수사기관이 살인 피의자에게 정당방위를 인정한 것은 1990년 이후 25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