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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밤길이 무서운 여성들에게 권한다
조회 : 45,606
2012.05.2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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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신용 스프레이

"넌 딱 XX빵감이야" 그남자 폰카 들이댔더니…

'성폭행'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밤길이 무서운 여성들에게 권한다



#
대학생 A(여·24)씨는 얼마 전부터 호신용 스프레이와 호신용 경보기를 가방 속에 가지고 다닌다. 지난해 군대에 간 남동생이 가지고 다니라며 선물해준 물건들이다. '피식' 웃어넘기며 서랍 속에 넣어뒀던 이 물건들을 다시 꺼낸 이유는 최근 밤길이 혼자 다니기엔 너무 무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웬만하면 집에 일찍 들어오는 그녀지만, 밤늦게 혼자 집에 와야하는 날이면 '360도 고개돌리기 신공'을 이용한다. 아무도 없는 골목이지만, A씨는 쉴 틈 없이 주의를 살핀다.

#직장인 B(여·26)씨는 운동화를 신고 회사를 오간다. 평소 높은 굽의 구두를 즐겨 신는 그녀지만, 얼마 전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운동화를 구입했다. B씨의 엄마는 맨날 높은 굽을 신는 B씨에게 "낮은 거 신어야 도망이라도 가지"라며 운동화를 권한 것이다. B씨의 엄마는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라며 오늘도 딸 걱정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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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온라인 커뮤니티)
비단 A씨, B씨의 엄마만의 걱정은 아닐 것이다. 최근 신문과 방송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는 '성폭행'이다. 지난 4월 1일 발생한 수원 여성 살인 사건은 전국 여성들의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성폭행 범죄 사건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법무연수원이 발간한 2011년 범죄백서에 따르면 성폭력에 해당하는 강간범죄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2002년을 제외하면 꾸준히 증가했다. 2001년 1만446건에서 2010년 1만9939건으로 살인, 강도 등 기타 범죄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격하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2010년에는 10년 전인 2001년 발생사건 수의 배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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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법무연수원이 발간한 2011년 범죄백서
2010년도 강력범죄(흉악) 중 강간범죄 발생지역은 도시에 50.5% 집중돼 있었다. 중·소도시가 39.7%로, 전년(2009년, 강간범죄 발생지역 대도시 59.1%, 중·소도시 34.7%)에 비해 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 이전되어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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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은 분포백분율 / 대도시는 특별시 및 광역시 (출처=법무연수원이 발간한 2011년 범죄백서)
전국 곳곳에 성폭행 범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수원 여성 살인 사건과 같이 경찰의 '112신고'에 대한 대처가 미흡할 경우, 피해여성은 고스란히 범죄에 노출돼있을 수밖에 없다. 경찰이 오기 전까지 성폭행범과 마주한 여성은 필사적으로 큰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막아야만 한다.

■ 성범죄자와 마주친 순간, 여성은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 [지하철 성추행사례] 지하철 성추행범은 '낯선 사람',
   "피해여성의 '적극적 대처' 필요", "증거 사진은 범인얼굴·범죄사실 드러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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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빵 할아버지'와 7호선 성추행범 (출처=트위터, 네이트 판)
#지난 7일에는 여대생 A씨가 지하철에서 한 할아버지로부터 "넌 딱 XX빵이야. XX빵 하기 딱 좋아. XX빵 감이야 XX빵"이라는 폭언을 들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할아버지는 지하철역이 세 정거장을 지나는 내내 여대생에게 이같은 성희롱 발언을 계속했고, A씨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눈물만 뚝뚝 흘리다가 가지고 있던 휴대폰 카메라로 할아버지의 얼굴을 찍었다. A씨는 당일 경찰에 신고한 뒤, 다음날인 8일 온라인상에 'XX빵 할아버지' 사진을 게재하고 'XX빵 할아버지 찾기'에 나섰다.

A씨가 올린 사진 덕택에 'XX빵 할아버지'는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수사대는 온라인상에 공개된 사진을 토대로 지하철 CCTV화면과 교통카드 사용내역 등을 분석해 10일 오후 'XX빵 할아버지' 김씨를 주거지에서 검거했다. 성희롱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가해자 처벌을 위해 '사진'을 찍었던 A씨의 기지 덕분이었다.

하지만 가해자의 사진을 찍을 때도 주의해야할 것이 있다. 뒷모습처럼 신원을 알 수 없는 사진이나 성추행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사진은 경찰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 20일 40대 주부 B씨는 지하철 7호선에서 성추행범을 목격했다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B씨 역시 이 성추행범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이 성추행범이 B씨 외의 다른 여성의 엉덩이를 툭 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B씨는 성추행범의 행동이 의도적이라고 확신하고 다른 피해여성을 뒤따라가는 모습을 찍었지만, 결정적으로 성추행범의 얼굴이나 범죄 상황에 대한 증거 사진이 없어 경찰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성추행범의 처벌을 위해 증거 사진을 찍는 것이 좋지만, 수사에 도움이 되는 정확한 사진을 찍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하철 성추행범죄에 대해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권했다.

공 교수는 "성추행은 일반적인 성폭행과 달리 대부분 낯선 사람들에 의해 발생한다. 지하철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상당히 밀집된 상태인데 범죄자들은 서로 몸을 가까이 댈 수 있는 이런 상황들을 악용하게 된다. 이 때 피해여성이 소극적으로 대처할 경우, 피해여성은 범죄자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만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피해여성이 당당하게 성추행범을 쳐다보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성추행범은 주저하게 된다"며 "초기에 성추행의 느낌이 들면 피하지 않고 성추행범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이 범죄자에게 경고가 된다. 특히 지하철에서는 검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성추행범은 피해여성이 적극적으로 대처할 경우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성추행범의 검거를 위해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면 확보하는 것이 좋다. 확보한 증거는 성추행 상황을 밝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해여성이 차후에 경찰에 구체적으로 진술을 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공 교수는 "피해여성이 적극적으로 경고했을 때 범죄자가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에는 신고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성추행범이 오히려 화를 내 소란이 발생하면 지하철 요원들이나 경찰이 와서 사건을 처리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그 피해로 인한 보상을 받거나 범죄자를 처벌하기 유리해진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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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사건'에서 국가를 상대로 승소한 이명숙 변호사 역시 성추행(강제추행)사건 발생시 증거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성추행의 가해자와의 대화를 '녹음'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다"며 "사건의 현장을 담은 녹음기록이 가장 좋지만, 성추행 발생 후 당황해 이를 잊었을 경우에는 사고 직후 가해자로 부터 '미안하다' 등 성추행을 인정하는 내용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증인'의 진술도 유용하다. 이 변호사는 "사건이 발생한 장소에 증인이 있다면 경찰에 사건을 신고 접수하고, 증인 진술서를 작성하면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어 "녹음 등의 증거나 증인의 확보가 어려울 경우에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에 의존하여 사건의 진위 여부를 밝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피해자는 일관성 있는 진술로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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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우: 이명숙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
서울 지하철경찰대는 지하철 성추행범의 식별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지하철이 왔는데도 타지 않고 서성거리며 두리번거리는 사람이 있다면 성추행 대상자를 찾기 위한 범죄자의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지하철 성추행범은 출·퇴근 시간에 유동인구가 많은 사당역, 신도림역, 동대문운동장역에서 성추행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특징은 시선이 대부분 여성의 신체부분을 향하며 특정 여성을 계속 응시하며 따라서 승차한다. 이 경우 시선을 받는 여성보다 여성을 쳐다보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주의 깊게 보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제재할 필요가 있다.

눈동자에 힘이 풀린 사람이나 에스컬레이터·계단 주변에서 핸드폰을 들고 계속 서성이는 사람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서울 지하철경찰대는 지하철 성범죄에 대한 대응요령도 제시했다. 전동차 이동시 성범죄를 당했거나 목격했을 경우 기본적으로 112신고가 가능하며 음성신고가 곤란할 경우 문자신고를 활용해야 한다. 전동차 출입문 상단에 표기된 신고 안내문을 참고해 해당호선, 진행방향, 역명, 전동차 칸 번호와 성폭행범의 인원수, 인상착의, 휴대품, 특징 등을 설명하고, 언제·어떻게 피해를 당하거나 목격했는지 침착하게 신고해야한다. 역구내에 설치된 SOS 전화기를 활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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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서울 지하철경찰대)
성추행범은 친고죄(범죄의 피해자, 기타 법률이 정한 자의 고소·고발이 있어야 공소할 수 있는 범죄)에 해당돼 '피해자 확보'가 중요하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의 친고죄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1년이 지나면 고소할 수 없다.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성추행범은 현행범으로 누구든 체포가 가능하다.

 ◆ [주거침입형]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범죄자의 목적을 '섹스'에서 '돈'으로 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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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연쇄강도강간범 A씨는 강도와 강간을 동시에 저지르면서 피해자가 저항하면 살해를 하는 범죄자였다. A씨가 20대 신혼부부인 B씨(여)의 집에 들어갔을 때, B씨는 속옷만 입고 있는 상황이었다. B씨의 상태는 연쇄강도강간범 A씨의 성욕을 자극시키기 충분한 상황이었지만, B씨는 침착하게 범죄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범죄자의 관심을 '돈'쪽으로 돌렸다. 그러는 와중에 B씨는 옷을 하나씩 하나씩 입었고, 곧 있으면 남편이 올 것임을 알려주면서 A씨가 돈만 가지고 나갈 수 있도록 대처해 큰 성범죄를 막을 수 있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죄자의 성향에 따라 대응방식이 달라질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공 교수는 성범죄자가 초범인 경우, 자신의 행위에 대한 두려움이나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눈빛이 흔들리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피해여성에게 미안해하고 주저하거나 말을 더듬는 모습을 보인다면 피해여성은 초범인 범죄자에게 강력하게 저항하는 것이 좋다. 공 교수는 초범의 경우 여성이 강력하게 저항하면 범행을 포기하고 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주저함이 없고 차가운 말투와 냉정한 눈빛을 보이는 범죄자의 경우 재범일 확률이 높다. 이들은 상습적인 성폭행범으로 범죄시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 공 교수는 "이때 피해여성이 강력하게 저항하게 되면 더 큰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상습적인 성폭행범의 경우 적극적인 저항보다는 인간적인 호소를 한다거나 동정심을 유발하는 것이 좋다. 앞서 제시된 사례와 같이 재범인 성범죄자가 집에 침입했을 경우 누가 곧 올 것이라는 정보를 흘림으로써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돌아갈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 좋다.

공 박사는 "대부분의 범죄자의 목적은 '섹스' 또는 '돈'"이라며 "피해여성이 명심해야할 것은 범죄자의 목적을 '섹스'에서 '돈'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 [길거리 성범죄①] 성범죄에서 '소극적 대처 방법' 통하기 어려워,
   "소리를 지르는 등의 적극적 대응은 가해자의 불안심리 자극에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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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3월 말 친구와 헤어지고 새벽 1시께 새로 만들어진 산책로를 따라 집으로 귀가하던 A(여·24)씨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A씨는 길을 따라 걷던 중 뒤에서 한 남성 B(남·18)군의 인기척이 느껴져 뒤돌아 봤지만 인근의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의심 없이 집으로 향했다. A씨는 B군이 단순히 집이 같은 방향이라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원춘 사건 등으로 불안함을 느껴 MP3를 끄고 긴장하며 걷기 시작했다. 집으로 향하다 슬쩍 뒤돌아 봤을 때 A씨는 B군이 꽤 가까이 다가온 것을 발견했고 다시 돌아 본 순간 B군은 A씨에게 달려들었다. A씨가 소리를 지르자 B군은 A씨를 마구 구타하기 시작했지만 구타 중 멀리서 오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도주했다. 사람들이 오지 않았으면 범죄 사건이 일어났을 아찔한 순간이었다.

전문가들은 성범죄는 다른 범죄와 달리 '소극적 방법'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범인을 마주했을 때 주변에 식당이나 상점 등 도피할 장소를 찾는 것이 우선이며, A씨의 경우처럼 인적이 드물고 낯선 장소에서 범인과 마주했을 경우에는 '소리를 지르는' 등의 적극적인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죄자의 경우 피해자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범행여부가 결정된다"며 "A씨의 경우처럼 성폭행 범죄자를 맞닥뜨렸을 때 소리를 질러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면 가해자가 초범이든 상습범이든 도망가려는 심리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소리를 지르는 등의 적극적·능동적 대응을 일차적으로 하고난 뒤에는 범인의 특성에 맞게 점차적으로 달래거나 인간적으로 대해가는 것이 좋다"며 "처음부터 수동적이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범죄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일차적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18일 혼자 귀가하던 대학생 C(여·25)씨는 성폭행범을 만나 소리를 질러 도움을 요청했다. C씨의 비명소리에 잠이 깬 임이병(남·35)씨는 112신고와 더불어 범인을 쫓았고, 결국 달아난 범인을 1시간 30분 가량 추적 후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C씨가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면 사건은 미제로 남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노정훈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거리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의 경우,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최소한의 이성적 판단을 하고 최적의 범행기회를 찾아다니거나 기다리는 자들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범죄장소, 범죄시간, 피해자 특성, 주변인 등 적절한 범행기회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범행을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며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낯선 남자가 다가오거나 말을 걸려고 하면 즉시 그 곳을 피하는 등 피해자 스스로 성폭행범의 범죄를 용이하게 만드는 상황에 노출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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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노정훈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
우: 호신용품 전문업체 '트루디펜스' 노정민 대표
 ◆ [길거리 성범죄②] 우발적 범죄자와 맞닥뜨렸을 때,
   "호신용품 효과적이지만 전적으로 신뢰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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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충격기 (출처=호신용품 전문업체 '트루디펜스')
#2006년 20대 여성 A씨는 밤 늦은 시각에 귀가를 하고 있었다.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가고 있을 즈음 전봇대 뒤에서 한 남성이 서성이고 있었다. 수상한 느낌이 들자 A씨는 지난번에 구매했었던 호신용 스프레이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갑자기 남성이 A씨를 뒤에서 덮쳤고, A씨는 바로 남성의 얼굴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도망칠 수 있었다.

전자충격기, 가스총 등 효과 좋은 호신용품이 많지만 정작 괴한과 맞닥뜨렸을 때 가방 깊숙히 있다면 무용지물이다. 호신용품 전문업체 '트루디펜스' 노정민 대표는 "스프레이와 전자충격기는 손에 쏙 들어가 휴대성이 좋다"며 "스프레이의 경우 뚜껑을 열고 손에 쥐고 있다가 전봇대 뒤에 수상한 사람이 나타나면 손에 적당히 힘을 주어서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전자충격기도 스마트폰 크기로 나와 손에 들고 다니기에 좋다.

#B씨는 전자충격기를 구매해놓고도 '내가 이걸로 괴한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두꺼운 옷에는 효과가 없다는 소리를 들어 만약 괴한을 맞닥뜨리게 된다면 목이나 겨드랑이 등 노출된 신체부위를 공략할 예정이다. 그녀는 구입한 뒤 수차례 미리 연습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B씨는 실제상황에서는 머리가 하얘질텐데 제대로 쓸 수 있을지 여전히 걱정이다.

노 대표는 "전자충격기를 손에 들고 있었더라도 상대방이 두꺼운 옷을 입고 있는 경우 효과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가죽 옷이나 갑옷 같은 옷을 입었을 경우에는 효과가 없을 수 있다"며 "보통의 경우 기동성이 떨어지는 가죽바지나 두꺼운 바지를 입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바지를 입고 있는 하체를 공략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이어 "신체가 노출돼 있는 목이나 얼굴 등 부위를 공격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그 부위만 노릴 필요는 없고, 전자충격기의 끝 철심 부분을 신체에 찌르듯이 갖다대라"고 조언했다. 무기를 뺏길 경우에 대해서는 "그럴 개연성이 있지만 이는 무기 자체의 문제보다는 자신의 책임이 크다"며 "전자충격기만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C(여·27)씨는 주택가 사이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갈 때 가방 바깥주머니에 넣어둔 전자충격기로 불안감을 덜 수 있었다. 어느날 한 남성이 어두운 길에서 어슬렁거리자 C씨는 전자충격기를 꺼내 안전스위치를 'ON'으로 해놓은 뒤 작동스위치를 3초 간 눌렀다. 그러자 충격기에서 불꽃과 함께 강한 방전음이 발생했고, 어슬렁거리던 남성은 재빨리 사라졌다.

노 대표는 전자충격기의 첫 번째 효과는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보다 퇴치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자충격기를 꺼내 작동시키면 불꽃이 튀고, 방전음이 크기 때문에 상대방을 긴장시켜 퇴치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사람은 본능적으로 전기충격을 싫어하고, 무기를 가진 사람에게는 접근하지 않기 마련이므로 상대를 완벽히 제압하려고 하기보다 먼저 멀리 쫓아내는데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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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신용품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호신용품은 전자충격기, 페퍼 스프레이, 분사기 등 무기류와 경보기, 호루라기, 위치추적기 등 비무기류를 통칭하는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은 제품은 전자충격기와 호신용 스프레이다. 구입 후에는 사용 방법을 숙지하고 항상 소지해야 한다.

호신용 스프레이(1~3만원대)는 유효거리가 2~5미터인 것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전자충격기(가격대 다양)는 보통 6만볼트 전압의 제품이 사용된다. '경보기'나 '전자 호루라기'(1만원대)도 주위의 관심을 끌고 구조 요청이 필요한 상황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비무기류는 실질적인 제압효과가 없고 상대방을 자극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보조적인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 노 대표는 전자충격기, 스프레이 등 무기류 1개와 경보기 등 비무기류 1개를 겸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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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신용 앱 '지니콜'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간단하게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는 호신용 앱도 유용하다. 늦은 밤 귀가 길을 지켜주는 '지니콜'은 다른 가족들이 스마트폰 이용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위치, 안심존과 위험존을 알려주는 기능과 함께 귀가길 케어 기능도 있다. 밤늦게 혼자 택시를 타는 여성들을 위한 '택시탔숑' 어플도 인기가 많다. '늑대다' 앱은 2000년 이후 발생한 범죄 통계를 지역·나이·월·요일·시간에 따라 범죄 발생가능성을 수치화해 범죄지수로 알려준다. 남성음성모드를 이용해 택배기사나 낯선 사람이 왔을 때 남성음성을 재생하면 마치 집에 남성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어두운 골목에서 불안감을 느끼면 재빨리 전화 통화를 하거나 통화하는 시늉을 하면 범죄예방 효과가 있다"며 "호신용품을 소지하고 호신용 앱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112 범죄신고 등을 단축번호로 입력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성폭행범죄', 미리 예방하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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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온라인 커뮤니티)
'2011 경찰백서'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는 2007년 1만 5325건, 2008년 1만 7178건, 2009년 1만 8351건 등으로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의 경우 전년 대비 11% 증가한 2만 375건의 성폭력 범죄가 발생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새벽·야간 등 취약 시간대에 주택가, 골목길, 숙박업소 등에 대한 집중순찰을 실시하고 자치단체와 협조해 우범지역 등에 CCTV를 확대 설치하는 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강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도 성폭행범죄 예방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 중 눈길이 가는 것은 법무부와 여성가족부가 성범죄 예방을 위해 운영 중인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www.sexoffender.go.kr)'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해 지난 2010년 오픈한 '성범죄자 알림e'는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제공한다. 성폭행범죄를 저지른 자 등을 대상으로 법원이 성범죄 유죄판결과 함께 공개명령 판결을 내린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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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신상정보 열람 방법 (출처=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사진, 이름, 나이, 주민등록상 거주지와 실제 거주지, 키, 몸무게, 범죄 내용과 죄명, 선고 형량 등이 공개된다. 공개 기간은 최장 10년으로 법원의 판결을 통해 명령한 공개기간에 따라 정해진다. 3년 이하의 징역은 5년, 3년 초과 징역은 10년까지 공개된다. 올해 3월 16일부터는 20세 이상 성인뿐만 아니라 미성년자도 사이트에서 실명 인증을 거쳐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볼 수 있게 됐다.

'성범죄자 알림e'는 범죄자들의 신상 확인을 통해 주변을 경계하고,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는데 유용하다.

■ '성폭행범죄', 예방법만큼 '사후 대처'도 중요하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성폭행 이후 피해자의 적극적인 대처를 강조했다. 공 교수는 "성폭행의 경우 사후에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며 "성폭행은 피해자에게 정신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데 성폭행 당시 수동적·소극적으로 대처했던 여성들은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책을 하고 심리적으로 붕괴되는 현상을 겪게 된다. 하지만 성폭행범죄는 여성의 잘못이 아니며 창피한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성폭행 사건 발생 시 가장 먼저 취해야할 조치는 성범죄 관련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해 보호를 받는 것이다. 피해를 입고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면 여성폭력 원스톱지원센터나, 해바라기 여성·아동센터 등의 전문기관으로 연결이 가능하다. 여성폭력 원스톱지원센터는 전국 17개소가 있으며 여자 경찰관과 상담원이 365일 24시간 상주한다.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 상담이 가능하며 의료 및 벌률, 수사지원을 원스톱으로 운영해 피해여성이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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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서울 여성폭력 원스톱지원센터)
해바라기 여성·아동센터 역시 365일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며 이외에도 의료-수사-법률지원을 원스톱으로 운영한다. 이 밖에도 여성긴급전화 '1366'을 이용하면 성폭력상담소로 바로 연결이 가능하다.

신고 이후에는 48시간 이내에 피해상황 그대로 목욕을 하거나 씻지 않은 채 산부인과 병원에서 의료검사 등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48시간 이후에는 피해자 몸 안(질내)에 정액(정자)이 대부분 남아 있지 않아 채취가 용이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피해를 입은 4시간 후에는 움직이는 정자를 거의 발견할 수 없으며 72시간 후에는 질내에서 정자를 검출하는 일이 없으므로 피해 즉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입었던 옷, 소지품 등은 중요한 증거이므로 코팅되지 않는 종이봉투 등에 포장해 잘 보관해야 한다. 코팅된 봉투의 경우에는 가해자의 체모, 타액 등이 변질되거나 채취되기 어려우므로 코팅되지 않는 봉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명숙 변호사는 성폭행범죄가 발생했을 시 적극적인 사후 대처를 하되 피해자 혼자 사건을 해결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섣불리 가해자에게 따지거나 혼자서 증거를 확보하려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며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 '꽃뱀' 등으로 몰려 오히려 명예훼손 등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하고 사건이 발생한 뒤에는 전문기관이나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많은 여성들이 피해를 입고도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신고를 꺼리고 있다"며 "제2, 제3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조용히 신중하게 사건을 대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 "공식화할 수 있는 대처법이란 없어", 성폭행범죄에 대한 사회적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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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한편 여성들 스스로 성폭력 대처법을 고민해야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전문가도 있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대처법을 강조하면 할수록 사건 발생 시 피해자 본인에 대한 책임론이 커진다"며 "국가와 사회가 여성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한 범죄자 유형별로 대처법을 구분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범죄자를 처음 만난 여성이 범죄자의 유형을 구분할 수 없다"며 "범죄 발생 시 공식화할 수 있는 대처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악의 경우에 빠진 상황을 가정했을 때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해야할 행동에 대해 "침착해야 한다는 것 말고는 공통분모가 없다"며 "사회적인 대책을 명확하게 지적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1일에 발생한 수원 여성 살인 사건 당시 경찰의 미흡한 대처로 인해 '112신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커졌다. 이에 비해 '112신고'에 신속하게 대처해 성폭행범을 검거한 사건도 있었다. 전남 여수경찰서는 지난 14일 단란주점에 감금돼있다는 여성의 신고를 받고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피해여성을 찾던 중 한 단란주점 지하 계단에서 여자 신발 한 짝을 발견, 이를 통해 긴박한 상황을 파악하고 단란주점의 문을 강제로 열고 성폭행범을 검거한 바 있다.

성폭행범죄를 피하기 위한 여성의 이성적인 대처와 노력도 필요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경찰의 '신속한 대응'이다. 범죄 발생 상황에서 경찰은 피해여성의 유일한 희망이다. 여수경찰서의 사례와 같이 '112신고' 접수와 동시에 이루어지는 신속한 대처만이 강력 범죄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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