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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부터 유서쓰며 고민…‘학교밖 폭력’에 방치됐었다
조회 : 46,040
2012.06.04 10:50
[한겨레] 대구서 반년새 10번째 투신

“4개월전 메모 발견했었는데…”

숨진 김군 부친 자괴감에 울먹여

학교는 수차례 면담에도 눈치못채

당국 ‘학교폭력’ 집중하는 동안

학원·동아리 등서 괴롭힘 당해


지난 2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ㅅ고 김아무개(16)군은 이미 지난 2월께부터 자살을 고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버지 김아무개(45)씨는 김군이 지난 2월 자필로 작성한 유서 형식의 메모를 3일 <한겨레>에 건넸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김군은 “(축구 모임에) 10분 늦었다고 때렸어요, 너무 많이 맞는 거 같아요. 힘이 들어요. 저는 거의 매일 맞았어요. 사랑해요 엄마. 그리고 정말 죄송해요. 절 용서해줘요. 엄마보다 먼저 가서”라고 적었다. 아버지 김씨는 “지난 2월 아들 방 휴지통에서 찢어진 메모를 발견했는데, 대화를 나눠보니 ‘아무 문제 없다’고 아들이 말했다”며 “워낙 내성적인데다 사춘기여서 그런가보다 생각했지,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며 울먹였다.

지난 6월1일, 김군은 친구들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서도 죽음을 암시했다. “이 세상에서 나란 존재가 없어질 듯. 나도 미치겠다. 2년째 견디는데. 나 맞고 산다. 더이상 못견디겠다”는 글을 적었다. 대화를 나눈 친구들이 “경찰에 신고하라”고 권했지만, 김군은 “(폭력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 모두 (폭력을 행사한) 그 녀석 편”이라고 답했다.

학교에선 김군의 고민을 알아채지 못했다. 담임 박아무개(52) 교사는 “수차례 면담을 했지만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경찰에서 말했다. 학교 밖 축구 동아리에서 발생한 폭력이었지만, 이로 인한 김군의 고민이 깊었다는 사실을 학교에서 파악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만한 대목이다.

지난해 12월20일 대구 ㄷ중 권아무개(당시 13살)군이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지금까지 대구 중고교생 9명이 투신 등의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했다. (▷ 넉달새 학생 9명이 투신했다, 대구에서 무슨 일이…) 김군은 10번째 희생자다. 이 가운데 8명이 숨지고 2명은 크게 다쳤다.

그동안 교육당국이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극단적 방법을 택하는 청소년은 줄어들지 않았다. 특히 당국이 ‘학교 안 폭력’에 집중하는 동안 ‘학교 밖 폭력’에 신음하는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교 밖 동아리, 사설 학원, 가정까지 중·고교생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진앙지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에 숨진 김군은 학교 밖 축구동아리 활동 과정에서 따돌림과 폭력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4월26일 대구 북구 동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으나 다행히 목숨을 구한 여중생 천아무개(15)양은 유서를 통해 “학원에서 왕따를 당했다”고 밝혔다. 이틀 뒤인 4월28일 대구 달성군 화원읍에서 또다른 여중생이 투신해 사망했는데, 가족간 불화를 비관한 죽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교생들을 둘러싼 폭력이 교실 안은 물론 학원, 학교 밖 동아리, 가정 등에서 복합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구 청소년교육문화센터 ‘우리세상’의 김형수 사무처장은 “기숙사 생활 등을 통해 입시 경쟁에만 몰두하게 하는 지역 교육 당국의 정책 때문에 학생들이 다양한 접촉을 통해 문제를 공유할 수 있는 터전이 사라졌다”며 “대구 지역 중고교생들의 삶이 갈수록 피폐해지면서 왕따, 학교폭력, 자살 문제 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는 학생들의 희생이 이어지지 않도록 전문가들이 제대로 원인을 분석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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