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지방법원이 살인사건 피해자 가족에게 '혐의자 사형 보증서'를 발급해준 사실이 폭로됐다. 특히 이 혐의자의 경우 살인을 저질렀다는 증거조차 부족했던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중국 법원의 폐단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영국 BBC중국어 서비스망에 따르면 신화통신사 산하 잡지 '반웨탄(半月談)'은 6월 최근호에서 허난(河南)성 한 법원이 살인사건 피해자 가족에게 혐의자에 대해 사형 선고를 내리겠다는 내용의 '사형 보증서'를 발급했다고 폭로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증서 발급은 피해자 가족의 상방(上訪)을 막기 위해 발급됐다. 상방이란 중국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농촌 사람들이 베이징(北京) 중앙정부 등 상급기관에 올라가 억울함을 알리며 시위하는 것을 말한다. 상방은 지방정부의 잘못을 중앙정부에 고발하는 행위여서 지방정부에는 적지 않은 압박이 된다.
반웨탄은 특히 이번 보증서가 살인사건 혐의자에 대한 증거가 명백히 부족한 상태에서 발급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살인사건은 지난 2001년 8월 허난성 예(葉)현에서 발생했으며 혐의자 리(李)모는 사건 당일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같은 해 9월 구속됐다. 2003년 8월 1심에서는 살인죄가 인정돼 15년형을 받았으나 이어진 재심에서 증거 부족을 이유로 1심 판결이 취소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때부터 피해자 가족들이 상방을 시작했다. 지방법원은 이에 피해자 가족의 상방을 막으려고 협의를 벌였고, 지난 2004년 5월17일자로 혐의자에게 사형을 선고하겠다는 내용의 보증서를 발급해줬다. 그 뒤 바로 열린 재판에서 실제 사형을 선고했지만 혐의자 리 씨 역시 다시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을 청구했고 2006년 증거 부족을 이유로 다시 형이 취소됐다.
반웨탄은 그 뒤 어떤 법적 절차도 진행되지 않아 혐의자 리 씨가 벌써 10년 넘게 감호소에서 복역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