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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여대생 청부살인 다룬 연극 ‘판사 사위’ 전면 취소…왜?
조회 : 17,572
2014.12.05 09:41
여대생 청부살인 다룬 연극 ‘판사 사위’ 전면 취소…왜?
입력2014.12.04 (17:26)
수정2014.12.04 (17:49)
 
판사사위포스터.jpg

 
오늘(4일)부터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던 연극 ‘판사 사위’가 전면 취소됐다. 이 공연은 한 중견기업 사모의 만행을 세상에 드러내며 파장을 일으킨 ‘여대생 공기총 청부살인’ 사건을 다뤘다. 이 사건을 소재로 법조인과 재력가 사이의 이해관계 등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려는 의지였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공연에 제동을 건 것은 고(故) 하지혜 양의 가족이다. 사건의 피해자인 유족은 공연이 기획되고 완성되어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공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고인의 오빠 하진영 씨는 “지난주 토요일(11월 29일) 지인을 통해 공연 소식 기사를 접했다”며 “유족과 상의 한마디 없이 공연을 만들 수 있느냐”고 했다. 이어 “사건에 대한 재판이 아직도 진행중이고, 우리 가족은 12년째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는 심경을 전했다.
 
실제 이슈가 됐던 사건을 소재로 공연과 영화가 만들어지는 경우는 많다. 이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사회적 파장과 유족의 아픔을 생각했을 때, 이에 대한 배려가 필요했다.
 
국립극장 홈페이지에 게재된 해당 연극 소개를 보면 ‘연극 [판사사위]를 통해 법조계의 고질적인 병폐와 모순을 특유의 블랙코미디 기법으로 가볍게 그려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극의 소재가 된 ‘고(故) 하지혜 양 사건’을 살펴보자. 12년 전 장래가 유망했던 한 여대생이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 사위의 외도를 의심한 장모 윤길자 씨가 청부살인이라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범행을 저지른 윤 씨는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도 종합병원 특실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당시 이 사건은 윤씨가 주치의사의 허위 진단서로 수감 중 형집행정지를 수십 차례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일련의 내용이 세상에 알려지며 윤씨는 다시 수감됐으나, 윤씨의 형집행정지를 도운 윤씨의 남편과 주치의는 각각 2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벌금 5백만원을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죄 없는 여대생의 억울한 죽음과 그 배경에 있던 돈과 권력, 거기서 멈추지 않고 돈으로 죗값을 회피하는 이들의 모습은 유족뿐 아니라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 사건은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공연을 제작한 극단 매미 관계자는 “좋은 의도로 제작했는데 공격의 대상이 됐다”며 “이런 반응은 예상치 못했다”고 했다. ‘좋은 의도’로 시작했다는 제작자는 왜 유족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극단 측은 “접촉을 시도는 했지만, 진행이 잘 안 됐다”며 “연극인 만큼 창작 요소가 있고 유족 측 입장에서만 쓴 것은 아니지만, 유족이 불쾌할 요소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판사사위sns.jpg

 
이번 사건의 숨은 해결자는 SNS였다. 연극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자 극단 매미들 페이스북에는 1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위트와 풍자? 누구를 위한 위트와 풍자인가”, “사람을 향하는 것이 예술 아닙니까? 유족 동의 없이 진행되는 이 연극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고 누구를 위로하는 것입니까”, “무조건 기획하고 보여지면 위로가 될까요” 등의 비난이 이어졌다.
 
결국 극단에서는 유족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사과와 함께 공연 취소라는 결정을 내렸다. 조영호 연출가는 “공연 취소로 연기자와 제작진, 대관 비용과 무대 설치 등 금전적인 피해가 크지만,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극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고(故) 하지혜씨의 이야기는 지난해부터 영화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는 ‘미술관 옆 동물원’, ‘집으로’를 연출한 이정향 감독이 메가폰을 잡을 예정이다.
 
오빠 하씨는 “동생의 이야기는 가족에게는 지울 수 없는 아픔”이라며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인 만큼 유족의 아픔을 이해해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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