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건 그 후 [27] 신촌 사령 카페 살인
괴물 된 아이들 반성은 커녕… “완전범죄 아쉽다”
[제1171호] 2014년10월22일 10시14분
[일요신문] 2012년 4월 죽은 자의 영혼을 소환하고 그 경험담을 공유하는 사령(死靈)카페에 심취한 여자친구를 걱정하던 한 대학생이 살해당했다. 당시 체포된 용의자 4명 중 3명이 10대였다는 사실은 세간에 큰 충격을 줬다. 지난해 대법원은 이들 가해자들에 중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지난 9월 서울고법 민사33부(이경춘 판사)는 가해자와 그들 부모에게 피해자 부모에 총 4억 4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다시 한 번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 2년 전 자신들의 믿음에 적대적인 한 남성을 실제로 ‘현피’(‘현실’의 앞 글자인 ‘현’과 PK(Player Kill)의 앞글자인 ‘P’의 합성어로 게임, 메신저 등과 같이 웹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실제로 살인,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나타내는 신조어)했던 충격적인 사건의 그 후를 따라가 봤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이 사건이 다뤄지기도 했다.
김아무개 씨(당시 20세)는 대학교에 입학하고서도 친구들과 술자리 한번 가져본 적 없을 정도로 조용했지만 온라인에서는 ‘마당발’이라고 자부할 정도로 유명한 ‘두 얼굴의 사나이’였다. 온라인 게임 사이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김 씨는 2011년 박 아무개 씨(여·당시 21세)를 알게 됐고 2012년 연인으로 발전했다.
밝고 상냥했던 여자친구 박 씨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박 씨가 인터넷 사령카페에 심취하면서부터였다. 박 씨는 코스프레(게임이나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모방하는 취미 문화)를 하며 친해진 이 아무개 군(당시 16세)과 이 군의 여자친구인 홍 아무개 양(당시 15세)을 사령카페로 초대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이 군과 홍 양은 박 씨가 소개해준 사령카페에 빠르게 빠져들었다. 하지만 기독교 신자였던 남자친구 김 씨가 사령카페 문화와 스스로를 ‘악령계의 인증을 받은 진짜 마녀’라고 칭하는 여자친구를 이해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여자친구 박 씨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김 씨를 점점 멀리하기 시작했다. 채팅방도 김 씨를 제외하고 이 군과 홍 양과 소통할 수 있는 창을 따로 만들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 씨는 여자친구 박 씨를 설득하는 한편 사령카페를 ‘사령소굴’이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여자친구 박 씨와 사령카페에서 활동하는 이 군에게 수차례 문자를 보내 경고를 하기도 했다.
사건당일이었던 2012년 4월 30일까지도 김 씨는 여자친구 박 씨를 사령카페에서 탈퇴시키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이와는 별개로 온라인상의 설전으로 감정이 상한 이 군과는 직접 만나 화해를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군의 생각은 달랐다. 이 군은 김 씨의 여자친구 박 씨의 부탁을 받고 김 씨를 살해할 무서운 계획을 세워둔 상태였다. 온라인상에서 ‘해결사’ 혹은 ‘킬러’ 이미지로 활동하던 대학생 윤 아무개 씨(당시 18세)도 범행에 끌어들였다.
2012년 4월 30일 밤 8시 50분께 이 군은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공원으로 김 씨를 유인했다. 그리고 신촌역이 가까이 보이는 도심 한복판 주택가 인근에서 이 군은 여자친구 홍 양에게 망을 볼 것을 지시한 다음 윤 씨와 함께 김 씨의 머리와 목, 배 등 40여 군데를 흉기로 찔러 잔혹하게 살해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서대문경찰서 형사팀 관계자는 “당시 가해자들은 휴대전화 대화방에서 일어난 문자 폭언으로 감정이 격해서 벌인 일이라고 범행동기를 설명했다. 진술은 그게 다였다. 하지만 말다툼 때문에 벌어진 일치고는 너무 잔인했다. 사령카페 회원이라는 이유라는 것도 완전히 설명되지 않았다”며 “(가해자들이) 가정폭력 경험이 있거나 학교생활을 하면서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는 등 조금씩 결핍이 있는 학생들이었다. 당시 참고인들도 ‘조용해서 그런 일을 벌일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가해자들의 부모님은 ‘진짜 우리 아이가 그랬느냐’라고 몇 번이나 되물었다. 아직도 범행 동기는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은 계획적인 살인인 점, 범행 후 완전범죄를 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 변명으로 일관해 피해자 유족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준 점 등을 이유로 직접 살해에 가담한 이 군과 ‘온라인 해결사’ 윤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살해에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범행현장을 지켜보며 망을 본 홍 양은 청소년인 점이 고려되어 단기 7년 장기 12년(소년범의 경우 단기와 장기형을 함께 선고함. 이 경우 수형자의 태도에 따라 7년과 12년 사이의 형을 살게 됨)이 선고됐다.
살인방조 혐의로 기소된 피해자의 여자친구 박 씨도 7년형을 선고 받았다.
사망한 김 씨의 가족들은 형사재판과는 별개로 가해자의 가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청구했다. 그리고 최근 서울고법 민사33부(이경춘 판사)는 주범 이 군과 윤 씨 등 가해자 4명과 그들의 부모 6명 등에게 “김 씨 부모에게 총 4억 400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 씨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위자료 1억 원, 생존했을 시 추정 소득 2억 6000만여 원, 장례비 500만 원 등 총 3억 4400만여 원으로 산정했다. 김 씨의 부모에 대해서도 각각 위자료 3000만 원 씩을 인정해 가해자들은 총 4억 400만여 원의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
현재 홍 양과 사망한 김 씨의 여자친구 박 씨는 현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복역 중이다. 주범인 이 군과 윤 씨도 현재 안양교도소에 복역하며 죗값을 치르고 있다. 안양교도소 관계자는 “어린나이에 들어온 수감자들은 직업훈련이나 공부에 뜻을 보이는 수감자들도 있지만 이 군과 윤 씨는 아직 뜻을 보인 바 없다. 스스로 선택하도록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싸움 한번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지내는 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