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상징’ 군대, 변해야 살 수 있다
폐쇄적인 군 특수성 깰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 도입해야
입력 : 2014-08-13 10:12:44 노출 : 2014.08.13 13:53:42
군 관련 사고가 연일 터지고 있다.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윤 일병 집단구타 사망사건이 세상에 알려졌고 12일 윤 일병과 같은 사단 소속의 사병 2명이 자살을 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서울 소재의 한 아파트에서 휴가를 나온 28사단 소속 상병 2명은 “부대 생활이 힘들다”는 메모를 남기고 목을 맸다. 이들은 관심병사로 분류돼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80년~90년대 군 사망사고는 100여건이 넘을 정도로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사망사고는 수명에 그쳤다. 겉으로 보면 군대의 환경이 좋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여전히 군 내부 실상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가혹행위가 점점 잔혹성을 보이고 있는 것도 우려할만한 대목이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인권위에서 제출받아 발표한 연도별 군대 인권침해 사건행위별 처리 현황에 따르면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가혹행위로 인한 진정 건수는 2010년 4건에서 2011년 7건을 증가했고 2014년에는 6월 현재까지 12건에 달했다.
지난 2008년 해병대를 전역한 이모 씨는 “윤 일병 사건의 구타행위를 두고 80년대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고 하는데 사실 해병대와 같은 군기가 센 곳에서는 더한 가혹행위도 남아있다. 해병대 전우회에서 만난 후임병 얘기를 들어보면 여전히 가혹행위가 대물림되고 있다”고 전했다.
윤 일병 사망사건은 구타행위의 참혹성 뿐만 아니라 군 수뇌부의 대응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동안 군은 가혹행위로 인한 자살사건이 터지면 적당히 개인의 탓으로 돌리며 군의 부조리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왔다. 윤 일병 사건에서도 군 검찰은 윤 일병이 사망하기 전까지 살인행위에 가까운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핵심 증인을 빠뜨리는 등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시민사회단체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윤 일병은 ‘그저 그런’ 군대내 사고로 치부되며 주목받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군은 기도성 폐쇄를 윤 일병 공식 사망원인으로 발표했지만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기도가 막힐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발적인 사망 사고로 처리하려고 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민구 신임 국방부 장관은 이번 사고를 언론을 통해 인지했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현 안보실장)이 관련 보고를 상세히 받지 못했다는 감사 결과도 나왔다.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군 수뇌부에 제대로 보고조차 들어가지 않은 것에 대해 책임을 피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군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폐쇄적인 군의 특성을 깰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간인들이 군 사고와 인권실태 조사에 참여하는 옴부즈맨 제도 도입은 물론 사병에게 휴대폰을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에서는 보안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 입장에서 생명이 오고가는 문제에 보안은 사치스러운 얘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군대 내 가혹행위를 근절하고 병영문화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군 부적응자를 어떻게 배려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군 피해 사례를 유형화해 대책을 세우는 일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오랜 논란이 이어져왔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제와 최근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는 성소수자들의 피해, 군 의문사 진상 조사의 제도적 한계 등에 대해 군 당국이 전향적 태도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