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피해자 추모관 건립은 유족의 고통을 치유하는 일”
ㆍ피해자지원협회, 인터넷에 추모 사이트 열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도 ‘망각’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2012년 일어난 ‘제주 올레 살인사건’도 마찬가지였다. 2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사건을 잊었고, 올레는 다시 ‘평화의 길’이 됐다. 하지만 피해자의 동생 강모씨(41)를 비롯한 유족들에게 사건은 마치 어제처럼 생생하다.
한국피해자지원협회가 15일 공개하는 ‘살인피해자추모관’은 어찌보면 유족들의 망각을 위한 추모관이다. 인터넷 사이트 형태로 마련되는 이번 추모관은 국내 살인피해자 유족들이 피해자들의 영정을 올리면, 방문객들이 추모글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강씨는 이번 추모관 설립에 중앙위원장으로 나섰다. 그는 “심리치료의 기본은 안에 감추고 있는 아픔을 끄집어내서 자꾸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면 유족들의 고통스러운 기억도 차츰 없어질 거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추모관 설립은 무엇보다 피해 유족들의 절박한 현실에서 비롯됐다. 많은 유족들은 아직까지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 ‘안양초등생살인사건’의 피해자 혜진양의 아버지는 술로 아픔을 달래다 최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는 피해성금을 노린 보이스피싱 범죄에 당해 1000만원가량을 잃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 역시 사건 이후 정신적 문제를 않았다. 일상적으로 보던 집 안의 가구나 도구조차도 흉기로 생각되고, 갑자기 ‘황산테러’ 사건이 생각나 아이들의 외출을 막기도 했다. 이러한 강박과 불안으로 가족들과의 불화가 심해져 결국 정신과 신세까지 져야했다고 회상했다.
강씨와 한국피해자지원협회 측은 추모관 설립과 함께 ‘살인피해자유가족의 보호 및 회복에 관한 법률’ 입법도 추진하고 있다. 강씨는 유족들을 위해 크게 세 가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적 지원과 건강상의 지원, 그리고 법적 지원이다. 특히 경제적 지원은 절실하다. 강씨는 “사건 뒤 범인을 못 잡으면 잡는 데 들이는 노력이 엄청나고, 범인을 잡았으면 피해보상 소송을 위한 비용이 소요된다”며 “난 시신 옮기는 순간부터 단돈 1원도 정부에서 도움받은 적 없다. 이는 정말 아쉬운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검찰 산하에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이라기엔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유사한 범죄들이 앞으로도 계속 일어나는 만큼, 그 범죄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가지고 유족들이 혼자가 아니란 걸 느낄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이번 추모관 설립을 계기로 피해자들은 서로의 아픔을 보듬을 수 있는 공동체를 시작하게 됐다. 그는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건 그 자체로 환영할 일”이라며 “우리는 이미 겪었기 때문에, 누군가 범죄 피해를 당하면 ‘당신이 어떤 일을 겪게 될 거고,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 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