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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끝나지 않은 고통'…살인피해자 사이버 추모관 개설
조회 : 19,879
2014.02.10 11:13
'끝나지 않은 고통'…살인피해자 사이버 추모관 개설
한국피해자지원협회 내달 본격 지원 "트라우마 극복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길을 걷다가 아기 울음소리만 들려도 태완이 비명이 떠올라요. 이 마음, 누가 이해할까요. 시간이 갈수록 상처는 깊어만 가요."
 
박모(50·여)씨는 1999년 살인사건으로 여섯 살 아들 김태완 군을 잃었다. 그로부터 강산이 변할법한 15년이 흘렀지만 박씨의 목소리는 인터뷰 내내 심하게 떨렸다.
 
사건이 일어난 날은 1999년 5월 20일. 어머니 박씨는 대구시 동구 집 근처에서 아들의 비명 섞인 울음소리를 들었다.
 
황산 테러였다. 아들 태완 군은 전신의 절반 가까이 3도 화상을 입고 실명한 채 치료를 받다가 패혈증으로 49일 만에 세상을 등졌다.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 올해 5월 19일이면 15년인 공소시효도 끝난다.
 
지난 15년간 박씨 가족의 삶은 처참했다.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매일같이 악몽이 되살아나 남은 이들을 괴롭혔다.
 
박씨는 사건 이후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두려워졌고 건강도 나빠졌다고 했다.
 
"적극적이고 활발했는데 자꾸만 안으로 움츠러드는 성격으로 바뀌었어요. 갑상선과 자궁 수술도 받았죠. 마음 한구석엔 이웃의 도움을 받고 싶으면서도 자꾸만 사람들을 내치는 저 자신을 발견해요."
 
경제적 어려움도 뒤따랐다. 몇 년이나 경찰서를 들락거리느라 미용 일도 그만뒀다. 영업용 택시 일을 하는 남편은 사납금도 몇 개월치 내지 못했다.
 
박씨는 10일 "아등바등 열심히 살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며 "우리 가족에게 내일은 없고 삶의 목표를 갖는 것 자체가 사치스럽게 느껴졌다"고 했다.
 
사단법인 한국피해자지원협회에 따르면 박씨의 가족처럼 살인사건 이후 오랫동안 유·무형의 고통에 시달리는 피해 유가족이 적지 않다.
 
매년 살인사건이 1천여건 정도 발생하지만 유가족에 대한 관심은 너무나 쉽게 잊히고 지원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에 협회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살인피해자 추모관'을 온라인상에 개설해 다음달 15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2층에서 발대식을 한다.
 
사이버 추모관에서는 피해자를 추모하는 내용의 '하늘 편지'를 남길 수 있고, 유가족은 사이버 네트워크 구축과 심리치료 등 정신적 트라우마를 치유한다.
 
유가족을 위한 심리치료와 법적 자문 등은 변호사, 정신과 의사, 심리상담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68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맡는다.
 
공정식 한국범죄심리센터장은 "같은 경험을 공유한 사람이 모여 정보를 나누면 피해 유가족이 겪는 정신적·경제적 어려움을 더 빨리 극복할 수 있다는 취지"라며 "피해 유가족을 돕는 특별법 제정운동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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