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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루엣 |
사법연수원에 입소한 뒤 동기 남자 연수생과 시작한 연애. 달콤했던 시간이 8개월 지난 뒤 남자친구가 다른 여성과 혼인신고를 이미 치른 유부남인 사실을 알게 됐다. 눈물을 흘리며 두달 동안 고민하다 결국 헤어졌다. 그리고 4개월 남짓 지난 뒤 '전 남자친구'의 아내는 자살했다. 세상 사람들은 '유부남과 불륜을 저질러 사람을 죽였다'며 돌팔매질 했다.
지난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산 이른바 '사법연수원 불륜사건'은 사법연수원생 A씨(28·여)가 기혼남인 동기 연수원생 B씨(31)와 바람을 피워 B씨의 아내 C씨(30·여)가 그 충격에 목숨을 끊은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유가족의 피끓는 절규와 누리꾼들의 공분에 더해져 B씨는 파면, A씨는 3개월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지난 7일 A씨의 정직 기간이 끝났다.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A씨와 그 가족은 세간에 잘못 알려진 사실들로 인해 이루 말하지 못할 고통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C씨의 사망에 A씨가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게 요지였다. A씨 아버지는 그동안의 일들에 대한 생각과 A씨의 입장에 대해 입을 열었다.
다음은 A씨 아버지와의 일문일답.
-C씨의 사망이 A씨, B씨의 부적절한 교제에 의한 충격에 따른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사실과 다르다. A씨가 B씨와의 관계를 C씨에게 알린 것은 사실이지만 A씨와 C씨 사이 큰 다툼이 있지 않았다. A씨와 B씨가 주고 받은 문자 또는 편지 사진 등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B씨가 A씨와의 관계를 부인하며 자신의 아내 C씨에게 'A씨가 날 따라다녔다'고 주장하자 C씨가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먼저 연락한 데 답한 것이다. A씨는 C씨와 2차례 통화한 뒤 C씨 어머니의 요청에 따라 '다시는 B씨와 만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지난해 5월 작성했다. 그 뒤 C씨 어머니가 A씨에게 '당신도 피해자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 이후 C씨 사망 전까지 B씨, C씨 모두와 연락한 사실이 없다."
(사법연수원이 A씨, B씨로부터 제출 받아 검토한 통신내역에 따르면 A씨는 각서를 작성한 지난해 5월 중순 이후 B씨, C씨에게 연락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B씨와 C씨는 지난해 7월 중순 결혼식장을 예약하는 등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회복하려 했지만 다른 사건이 발생하면서 둘 사이 신뢰관계가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지난해 7월 협의이혼 신청을 한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A씨가 B씨와의 교제 사실을 C씨에게 알려 C씨가 자살을 결심하게 됐다는 것은 인과관계가 단절된 것이다. 오히려 A씨는 다른 이와 교제를 시작해 B씨와 계속 연락하거나 관계를 이어갈 이유가 없었다."
(사법연수원 조사 결과, B씨와 C씨는 부부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중대한 일'이 발생해 결혼 관계를 지속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연수원 측은 구체적 사실에 대해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C씨에게 불륜 관계를 알리는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캡처해서 보내게 된 경위를 자세히 알려달라.
▶"B씨가 C씨에게 부적절한 교제관계를 부인하며 A씨에 대한 욕설 포함 비하하는 내용의 말들을 했던 것 같다. 이를 C씨가 A씨에게 전하며 '당신이 거짓말하는 것이냐. 누구 말이 사실이냐'며 확인하는 취지의 질문을 계속 했다. 이에 A씨는 소명하기 위해 무작위로 그동안 B씨와 주고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등 10여개를 증거로 보내게 된 것이다. 절대로 C씨를 괴롭힐 의도가 아니었으며 C씨가 위 내용의 말들을 하지 않았다면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C씨 역시 당시 메시지 캡처 등에 대해 어떠한 문제도 제기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A씨에게 '당신도 B씨를 믿지 말라'며 자신과 남편 B씨와의 사이에 오간 메시지 등을 보내주기도 했다."
-A씨가 C씨에게 이혼을 종용하거나 심리적 압박을 가한 사실이 없다면 왜 C씨 유가족이 부적절한 교제로 인해 C씨가 사망했다고 주장하는가.
▶"C씨 가족 입장에서는 그 충격이 상당할 것이며 이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사실관계를 전부 알고 있음에도 그 책임이 B씨는 물론 A씨에게 있다고 사실을 구성하고 있다. 이를 믿은 누리꾼들 중 '파면촉구' 1인시위에 나서기도 했던 이들이 이제는 '그동안 사실관계를 잘못 알고 있었다'며 사과한 일도 있다."
-B씨의 기혼사실을 알게 된 뒤 2개월이 더 지나 헤어졌다. 기혼사실을 알게된 뒤 곧바로 교제를 중단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A씨는 기혼사실을 알게된 뒤 엄청나게 울었다. B씨는 '이혼을 해서 법률적으로 정리를 하고 올 테니 기다려달라'고 했다. B씨가 교제를 계속 유지하려 했고, A씨는 그 동안의 관계를 고려해 강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결국 헤어진 뒤 강하게 대응하기 위해 C씨에게 B씨의 행각을 알리게 됐지만 결과적으로 지금과 같은 최악의 상황이 왔다."
-일각에서는 C씨 사망 직후 A씨가 '유품을 중고거래 사이트에 매물로 내놨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근거 없는 일방적인 주장이다. 유족이 의혹을 갖고 있다면 경찰서에 절도죄로 고소하면 사실이 밝혀질 일이다. 또 A씨가 판매를 위해 광고한 물품들은 본인 이름의 보증서 등을 갖춘, C씨와 전혀 상관 없이 A씨 가족이 사준 물품들이다."
-고인의 물품이 아니더라도, 자신과 관련된 사람의 아내가 사망했는데 계속 물품 판매를 시도했다는 자체 만으로도 비난을 받고 있다.
▶"고인의 사망을 알게 된 것은 사망 뒤 열흘쯤 지났을 때다. 연수원생들 사이 소문이 돌아 알게 됐다. 지난해 5월 각서 작성 이후 B씨, C씨와 인연을 끊고 살았기 때문에 사망 직후 바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고인의 죽음과 A씨의 관련성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일상적으로 해오던 활동을 한 것뿐인데 이런 식으로 변질돼 알려질 줄 몰랐다. 너무나도 억울하다."
-C씨 사망 이후 A씨의 사진, 개인정보를 비롯해 각종 신상정보가 널리 퍼졌다.
▶"A씨는 전국민적으로 반인륜적 패륜녀가 됐다. 엄청난 정신적 고통으로 A씨가 사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씨 심신상태가 불안해 안 좋은 일이 일어날까봐 전 가족이 붙어 살다시피 했다. 나(A씨 아버지)는 사건 해결을 위해 2개월 휴직했다. 또 거주지 주소가 노출돼 이사까지 했다. 모든 행사와 활동에 참여할 수 없었다. 취업활동을 하던 아들은 자기소개서 가족 관계에 누나 직업도 못 썼다. 자랑스럽던 딸이 한순간에 '밝혀서는 안될' 가족이 된 셈이었다."
-C씨의 사망과 직접적 상관은 없다고 해도 B씨와의 부적절한 교제로 지탄의 대상이 된 심정은 어떠한가.
▶"고인의 사망은 딸 키우는 아버지로서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이다. 충분히 고인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고 안타깝다. 하지만 잘못된 사실관계가 대중들에게 알려져 우리 가족 역시 크나큰 고통을 받고 있다. B씨는 파면 결정 뒤 우리(A씨 가족)를 찾아와 기혼사실을 숨기고 교제를 시작한 점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다. 자신으로 인해 입게 된 피해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어떤 심정을 느꼈나.
▶"딸 키우는 아버지로서 C씨와 그 가족의 안타까운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A씨 역시 이번 사건으로 엄청난 명예훼손과 함께 허위사실에 덧입혀진 인격살인을 당했다. 유족의 일방적 주장에 따른 압도적 여론의 쓰나미에 목숨만 부지한 기분이다. 잘못 알려진 부분들에 대해 정정보도 요청과 함께 법적 절차를 진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