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잘 듣는것만으로도 범죄피해자 도울 수 있다
이혁진 충북지방청 청문감사담당관실 경장
강력범죄는 살인, 강도, 강간(성폭력 포함), 방화 등의 범죄로 피해자에게는 끔찍한 고통을, 사회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만드는 요소다.
강력범죄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반대로 피해자들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전과는 다르게 범죄피해자와 피해자지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고, 관심도도 높아진 상황에서 우리가 무의식중에 피해자들에게 하는 행동 중에서 혹시 그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피해자심리전문요원으로서 강간사건 피해자를 만나 상담 지원활동을 하던 중 피해자가 나에게 했던 말 중에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말이 있다.
형사에게 피해 상황에 대해 얘기를 하던 중 담당형사가 매우 안타까워하면서 “정말 안타깝네요. 그러게 왜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는 현장에서 피해자를 만나게 되면 안타까운 마음에 어떤 말이든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어 한다. 어쩌면 담당 형사가 여성 강간 피해자에게 했던 그 말은 당시 상황과 맥락속에서 선택했던 최선의 위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에 그 피해자는 담당형사의 위로의 말을 듣는 순간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는 자책감 때문에 상당히 괴로웠고, 피해 당시 상황이 자연스럽게 연상되어 괴로웠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 역시도 그간 범죄피해자들을 상담하면서 무의식중에 건넸던 위로의 말들이 떠올랐고, 그런 말들이 오히려 범죄피해자들의 상처를 덧나게 하는 원인이 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피해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하고, 범죄피해자들과 자주 접촉하는 우리 경찰관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피해자들의 상처를 최소화하고 그들의 회복을 도울 수 있을까? 우선 내 기준(입장)에서 생각하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사건을 겪으신 분들도 잘 견디고 있어요”, “이런 사건을 겪고 이 정도 피해를 입으신 거면 정말 다행입니다”와 같은 위로의 말은 우리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그들의 피해에 대해 내 기준에서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적으로 범죄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에 사용되는 진심어린 위로의 말은 피해자들의 회복을 도울 수 있지만 반대로 진심어린 위로의 말이 범죄피해자들의 상처를 덧나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찰관 모두는 범죄피해자의 든든한 조력자이다. 범죄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방법은 그들에게 내 기준에서의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범죄피해자들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