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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악몽’ 같은 반복 진술… 2차 피해 막는데 큰 효과
조회 : 17,754
2014.01.06 21:32
‘악몽’ 같은 반복 진술… 2차 피해 막는데 큰 효과
 

성폭력 피해 아동·장애인 의사소통 돕는 전문가
오락가락 진술 줄어 유죄 입증에 도움
재판부의 인식 전환·진술 가능한 환경 조성은 과제
 

성폭력 피해나 아동학대를 당한 13세 미만 아동과 장애인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돕는 진술조력인 제도가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은 가해자 처벌에 가장 중요한 증거로 활용된다. 그러나 그동안 표현능력이 부족한 아동이나 의사소통에 제한이 있는 장애인의 진술은 아동이나 장애인 특성상 번복되거나,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데 애를 먹었다.
 
실제 지난해 12월 16일 11살 의붓딸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우리말이 서툴고 가벼운 정신지체가 있던 딸의 진술이 계속 바뀌었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 김종근)는 “같은 날 진술도 내용이 미묘하게 바뀌었고 재차 질문을 받으면 임기응변식으로 대답하거나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 등 구체성이 매우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또 경찰이나 검찰 수사 단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2차 피해 문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08년 12월 끔찍한 성폭행을 당했던 나영이(가명·당시 8세)도 당시의 악몽 같은 사건을 네 번이나 반복적으로 진술해야 했다. 검찰의 녹화장비 조작 미숙이 원인이었다. 결국 나영이 가족은 “2차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2차 피해 사실을 인정하며 1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사건 이후 정부는 성폭력 피해자가 진술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으로 진술조력인 제도를 도입했다. 전문 양성교육을 이수한 진술조력인은 아동이나 장애인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의사소통을 전문적으로 중개하거나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이미 영국, 남아공, 이스라엘, 노르웨이에서는 진술조력인 제도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 아동과 장애인, 아동학대 피해자만 지원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수사나 재판 과정 중 의사소통이 어려운 모든 사건 관계인에게 지원하고 있다.
 
법무부는 정신건강의학, 심리학, 교육학 등 전문 지식이 있는 사람들을 선발해 6개월간 전문 교육을 통해 진술조력인을 양성하고 있다.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다. 또 공정성을 위해 공무원 신분으로 간주돼 부정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는 경우 뇌물죄가 적용된다.
 
진술조력인은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지원해주기 위해 동석할 수 있는 ‘신뢰관계인’과 자주 비교되는데, 두 제도는 분명히 구분된다. 신뢰관계인은 피해자와 동석만 허용될 뿐, 피해자를 대신해 의견을 제시하거나, 진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신뢰관계인은 피해자와 일정한 관계만 있으면 동석이 허용되지만, 진술조력인은 교육학과 형사법 지식을 갖춘 전문 인력만 검사나 사법경찰관, 법원의 직권이나 피해자 등의 신청에 의해 동석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전문가들은 진술조력인 제도를 통해 피해자들의 2차 피해도 줄고,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데도 이전보다 쉬워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진술조력인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과 피해자가 형사절차 전반에서 진술조력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복주 장애여성 공감 대표는 “현 지원체계에서는 진술조력인이 형사절차 전반에 걸쳐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 조사와 증인 신문시에만 한정적으로 기능할 우려가 있다”며 “피해자가 수사계획 수립 때부터 재판이 끝날 때까지 지속적인 진술조력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진술조력인은 장애인 피해자의 특성을 고려해 지원체계의 역할과 특성을 잘 인지하여 피해자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과 보수교육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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