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증인 신변보호… 보복범죄 기승
“내게 불리한 증언을 하다니… 두고보자”
#1. A씨(33)는 여자친구 B씨(31)가 헤어진 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협박문자를 보내고 급기야는 건물 화장실에서 흉기로 위협해 강간한 혐의로 지난 2009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A씨는 B씨가 경찰 신고 등 수사단서를 제공하고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데 앙심을 품고 B씨와 가족들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교제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2. 횡령사건 피해자인 C씨(53)는 지난 4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해사실을 증언한 후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횡령 당사자 D씨(54)로부터 보복을 당했다. 법정 안에 대기하고 있던 공익근무요원이 D씨를 제지했지만 C씨는 오른쪽 눈을 가격당했고 안경이 떨어져 렌즈가 깨졌다.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이나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증인이나 신고자에게 앙갚음을 하는 보복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출소한 가해자로부터 피해자가 또다시 보복폭행을 당하는가하면 재판이 진행 중인 법정에서 재판 도중 증언에 불만을 품고 가해자의 폭행사건이 발생하는 등 보복범죄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있다. 현재 증인과 신고자에 대한 보호장치로 관련 법과 일부 보호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만 보복범죄는 오히려 매년 증가추세여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정 안 보복범죄…4년 새 2배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조직화되면서 핵심 증거로서의 증언과 신고의 가치는 과거에 비해 중요해지고 있다. 실제 형사공판 과정에서 심리시간의 대부분을 증인심문에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증인 등에 대한 보복범죄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면서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법무법인 세종의 홍탁균 변호사는 "보복이 두려워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사실대로 증언하지 않게 되면 법적으로 처벌받아야 할 사람이나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을 면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고, 오히려 잘못이 없는 사람이 법적으로 처벌을 받거나 책임을 지게 되는 결과도 발생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공정한 수사나 재판이 불가능하게 되는 큰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증인 등에 대한 법적장치로는 2005년 만들어진 범죄피해자보호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형사소송절차에서 범죄피해자가 한 진술이나 증언과 관련해 보복 등 범죄피해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을 때는 적절한 조치를 마련토록 규정하고 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역시 보복범죄에 대해서는 일반 범죄에 비해 더 무겁게 가중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162건에 달하던 보복범죄는 지난해 310건으로 4년새 2배가량 증가,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체계적 신변보호대책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신고자와 증인 등을 대상으로 한 2차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사과정에서 신고자의 개인 신상이 범죄자에게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시에 실효성 있는 장기적 신변보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은 "국가기관에서 피해자나 신고자 등의 개인신상정보가 새어나가는 일이 없도록 증인, 피해자 등에 대한 더욱 체계적인 신변 보호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