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와 재판과정, 언론보도를 중심으로 한 아동성폭력 2차 피해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김희정 의원은 29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아동성폭력 2차 피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는 인사말을 통해 "오늘 비가 오는데 (날씨가) 우리 마음을 대변하는구나" 생각했다는 말로 포문을 연 후, 그동안 성폭력 피해자는 검사의 도움을 받고 가해자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제는 법이 개정돼 피해자도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의 가족도 피해자인데, 주위사람들이 가해자 취급을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제도나 인식 개선을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시민모임 발자국의 전수진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피해자가 상처를 딛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하는데, 수사나 재판에서 또 다시 상처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축사를 통해 판사 시절에 아동성폭력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면서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당시에 '배려'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했다.
축사에 이어 먼저 수사와 재판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진 가운데, 인천 친족 성폭력 사건의 피해아동 어머니는 사례발표를 통해 친딸이 의붓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해 재판을 받은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원스톱지원센터 직원이 아동의 피해진술 녹음을 어머니에게 들려주며 "아이가 성기라는 단어를 어떻게 아느냐?"고 다그쳤고, 인천지방경찰청 1319센터 경찰이 "가해자가 비싼 변호사를 사면 무혐의로 처분 받을 수 있으니 증거를 찾으라"고 해 증거를 열심히 찾았으나 나중에 이 증거가 오히려 피해아동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법률지원을 통해 소개받은 변호사가 나중에 알고보니 변호사가 아닌 사법연수원생이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이와 더불어 1319센터에서만 3번이나 같은 진술을 반복했다며 체계적인 수사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인천해바라기센터 배승민 소장은 친아버지와 오빠에게 성폭력을 당한 아동을 상담한 적이 있다며, 처음 해바라기센터에 온 후에 한국식 관료주의와 '빨리 빨리'를 재촉하는 수사과정 등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특히 소와정신과 의사인 본인이 해바라기센터에서 상담한 건 수가 1년에 1300건 정도 된다며 의료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문인력의 확충과 국민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서 두 번째 사례발표자로 나선 '나주 PC방 엄마'는 그동안 사람들의 자신의 '무언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PC방에 간 것은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아이들 숙제 등을 위해서였지, 게임중독자이기 때문에 PC방에 간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특히 기사를 통해 가해자와 본인을 친한 사이로 연관지은데 대해 5~6년 전 분식집을 운영할 때 2~3번 손님으로 만났던 사이라고 항변했다.
또 언론에서 자신의 집 위치를 노출시키는 한편, 전화번호를 바꾸고 이사를 해도 기자들이 끊임없이 연락을 해 오는 탓에 괴롭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자신이 PC방에서 게임을 한 것은 남편과 싸우고 스트레스릂 풀기 위해서였지 '게임중독자'도 아닐 뿐더러, 자신의 아이를 성폭행한 범인과 함께 게임을 한 사이처럼 언론에서 보도해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언론보도를 본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를 위해 모아 준 성금 1억 원을 가지고 도망갔다고 악성 댓글을 다는 한편, 피해자 지원기관 직원이 "정신 차렸느냐?"고 묻는 등 피해자 어머니인 본인을 가해자로 취급하는 것이 힘들다며 울먹였다.
이에 대해 한국범죄심리센터 공정식 센터장은 토론을 통해 아동이 수사기관에서 수 차례 진술을 하는 과정에서 수사관들의 입장이 아이에게 주입되게 돼 나중에 재판과정에서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엄마가 아이에게 꼬치꼬치 묻다보면 엄마의 감정이 아이에게 이입돼 1번 성폭력을 당했다는 아이에게 "더 없었느냐?"고 다그쳐 결국 재판과정에서 아이의 진술에 있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돼 '일부 왜곡'을 '모두 거짓'이라고 판단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판사가 판결을 내릴 때 2명 이상의 전문가의 의견을 반드시 듣도록 제도적으로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세 번째 토론자인 법무부 여성아동정책팀 이상목 사무관은 법률조력인이 제대로 변로늘 수행하지 않을 경우 즉시 조치를 취하겠다며, 특히 국선전담 변호사를 따로 지정해 다른 일과 겸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아동의 특성상 언어적 표현이나 기억력 등에 있어서 한계를 가지고 있는 탓에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받는다고 지적했다.
다음 토론자로 나선 시민모임 발자국의 김원기 활동가는 자신이 거주 중인 여주 지역에서 지난해 7월초 집근처에서 놀고있던 아이를 동네주민이 납치해 성폭력을 당한 사건으로, 악플로 인해 2차 피해를 입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누구든지 피해를 당할 수 있다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언론인권센터 윤여진 사무처장은 앞서 사레발표를 한 '나주 PC방 엄마' 사건의 경우 언론도 가해자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피해아동의 집에 기자들이 무단으로 들어가 함부로 취재를 했다며, 이는 기자들이 약자를 우습게 본 탓으로 분석했다.
또 언론보도로 인해 오히려 피해자 가족이 낙인을 찍혔다며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 보다 못한 삶을 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경향신문(7500만원), 연합뉴스(9500만원), 채널A(8500만원) 등에 명예훼손과 사생활 침해로 소송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 처장은 언론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 언론이 보도한 만큼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섯 번째 토론자인 꿈을찾는나비모임 송유경 대표는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피해자 가족들이 탄원서를 써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한 사례릁 통해 가해자로부터 보복 위협을 받은 피해자에 대해 경찰이 아직 보복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또 피해자에게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줘 보호해 줘야 한다며, 친부모나 의부모엑게 성폭력을 당한 경우 가족관계 증명서에서 서로 기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 여성부 김재련 권익증진국장은 피해자 지원 제도에 대해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의 진술이 증거능력을 갖도록 '오염'되지 않도록 부모가 인지한 경우 즉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안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 아이가 성폭력을 당한 경우에 아이가 잘 자라서 정상적으로 결혼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아이의 배우자가 될 사람이 성폭력 피해자인 경우 반대하는 이중적 태도를 고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성폭력 사건에 대해 꾸준한 언론 모니터링을 통해 잘못된 보도와 좋은 보도 사례를 발굴해 홍보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희정 의원이 지난 9일 공개한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대학 교직원들의 성관련 예방교육 이수율은 48.3%에 불과했고, 전국 417개 대학 가운데 63곳(15%)은 아예 교육조차 실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지성의 상아탑 조차 제대로 교육을 받지 않고 있어 이같은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불보듯 뻔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주최측 요청에 의해 사례발표자의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했으니, 양해 바랍니다.
/토론뉴스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