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50대 남성이 제주시내 한 찜질방에 불을 지르고 흉기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같은 시각 찜질방에는 수십 명의 손님들이 있었기 때문에 자칫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는데요.
김기흥 기자, 일단 이 남성이 왜 이런 범죄를 저지른 건가요?
<기자 멘트>
찜질방에는 매점이 있는데요.
이 매점의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사건의 발단이 됐습니다.
급기야 이 문제로 찜질방 업주로부터 사기죄로 고소까지 당하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건데요.
그런데 이 남성은 원래 찜질방 건물 전체를 폭파시키려고 했습니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었던 건데요.
자칫 대형 참사를 빚을 뻔했던 찜질방 방화 사건, 사건의 내막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주시내의 한 찜질방 주차장.
한 남성이 주차된 승용차의 문을 열고 종이에 불을 붙인 뒤 안으로 던져 넣습니다.
주차장을 빠져나온 이 남성은 휘발유통과 흉기를 들고 직원들의 눈을 피해 건물 계단으로 올라가는데요.
3층 찜질방 매점에 휘발유를 뿌립니다. 직원이 말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을 붙이는데요.
순식간에 화염과 연기가 치솟으면서 불길이 매점을 집어삼켰는데요.
잠시 뒤 자욱한 연기가 건물을 가득 메우자, 건물에 있던 다른 손님들 60여 명이 한쪽으로 몰리기 시작합니다.
대피하기 위해서인데요.
<인터뷰> 목격자 : “저는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펑! 소리가 나면서... 사람들이 순식간에 (대피하면서) 아수라장으로 변했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의 진압으로 불은 20여 분만에 꺼졌습니다.
<녹취> 김용훈(제주소방서 화재조사관) : “(현장 출동 당시) 1층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건물 3층의 경우에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서 자체 진화된 상태였고요.”
하지만, 방화범을 말리던 매점 직원은 다리에 불이 붙어 3도 화상을 입었는데요.
<인터뷰> 피해 직원(음성변조) : “한 쪽 손에는 종이, (다른) 한 쪽 손에는 라이터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 안 돼!하면서 손을 뻗는 순간에 (라이터를) 확 당겨버린 거예요. (불길이) 내 다리에 옮겨 붙으니 정신이 어디 있어요.”
이번 방화로, 59살 김 모씨 등 4명이 화상을 입거나 연기에 질식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피해 손님(음성변조) :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이미 불은 나있었고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그런 상황이지. 맨발로 두 시간을 다녔다니까. 그러니 내가 안 아프겠냐고.”
당시 찜질방 안에는 손님들이 있었던 만큼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던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는데요.
그렇다면, 불을 지른 남성은 누굴까. 피의자는 56살 김 모씨.
알고 보니, 찜질방 업주와 심한 갈등을 빚어오다 화를 참지 못하고 불을 질렀던 겁니다.
<인터뷰> 김00(피의자/음성변조) : “내가 지었던 건물이니까 내가 폭파시켜버리자 그리고 방화를 하자, 그래서 했습니다. 나는 너무 억울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큰 죄를 지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김 씨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자신이 찜질방 공사에 수십억을 투자했지만 업주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건물매점 운영권을 놓고 업주와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사기죄로 고소까지 당하자 업주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을 계획했던 겁니다.
<인터뷰> 김00(피의자/음성변조) : “돈을 주지 않고 끝내 나를 고소하면서 이렇게 궁지에 몰아서 그래서 법으로 할 수 없어서...”
불이 났던 찜질방의 주차장.
지난 28일 새벽 4시쯤, 김 씨는 자신의 승용차에 미리 준비해 둔 가스통 6개와 부탄가스 10개를 싣고 이곳에 차를 세운 뒤, 불을 질렀습니다.
하지만, 불이 건물로 번지지 않자 휘발유통을 들고 3층에 있는 매점으로 올라갔는데요.
직원이 말렸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곳곳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5층 직원 숙소로 올라가 종이에 불을 붙였습니다.
이처럼 김 씨는 찜질방 건물 주차장과 3층 매점, 5층 직원 숙소까지 옮겨다니며 세 곳에 차례대로 불을 질렀는데요.
<인터뷰> 양수진(경정/제주 서부경찰서 형사과장) : “(현장에는) 불을 지를 때 이용했던 라이터와 휘발유통 또 어느 정도 휘발유가 남아 있었고요. 차량 내에 있었던 LPG 가스통이 (있었습니다.)”
김 씨는 불을 내는 데 그치지 않고 1층 로비로 내려와 흉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렸는데요.
이 과정에서 김 씨를 제지하던 직원 한 명이 흉기에 손목을 크게 다쳤고, 인근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양수진(경정/제주 서부경찰서 형사과장) : “피의자가 불을 지르고 현장을 돌아다니는 상황에서 그것(방화)을 막으려고 직원이 앞에 섰는데 비키라고 하면서 흉기를 휘두른 상황이었습니다.”
사건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손님들의 도움을 받아 김 씨를 찜질방 인근에서 체포했는데요.
그런데 김 씨는 찜질방에 불을 지르기 한 시간 전쯤, 다른 건물에도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인터뷰> 양수진(경정/제주 서부경찰서 형사과장) : “그 불을 지른 장소도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서 그곳에다 불을 지른 겁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원한관계에 의한 방화로 보고 있는데요.
개인적인 앙심을 품고 벌인 끔찍한 방화! 전문가는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쌓인 분노가 극단적으로 표출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공정식(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다른 사람 때문에 내가 이렇게 망가졌다는 식으로 자신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이 행위를 말리는 것에 대해 이 사람도 똑같이 나에게 적대적인 관계라고 인식을 한다는 거예요. 매우 비합리적이고 위험한 행동인거죠."
경찰은 피의자 김 씨에 대해 살인 미수와 방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