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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진술 반복해야 하는 성폭행 피해하동
조회 : 63,035
2013.09.01 19:02

진술 반복해야 하는 성폭행 피해아동

 
 

'진술오염'이 '위조' 취급…수사·재판 과정 아동성폭력 2차 피해 심각

 
머니투데이 황보람 기자 |입력 : 2013.08.29 17:29
 
 
 
국회토론회 동영상 보기 (http://www.maroni.co/xe/38637)
 
 
 
아이는 2008년부터 4년 동안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했다. 딸아이 성교육을 하던 중 어머니는 이를 알아차렸다. 아이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를 '신뢰관계자'로 삼기를 거부했다. 어머니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사관들은 이를 두고 '아이가 어머니를 믿지 않는다'며 미심쩍어 했다.

진술은 어머니를 배제하고 진행됐다. 아이는 진술내용이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조사실 밖으로 아이 목소리가 모두 새어 나왔다. 경찰은 아이가 보는 앞에서 어머니에게 "확인해 보라"며 진술 조서를 건넸다. 아이는 극도의 수치심을 느꼈다.

"아이가 '성기'라는 말을 어떻게 알죠?". 조사기관들은 어머니를 끝없이 의심했다. 이혼소송에 이기기 위해 아이를 세뇌시킨 것처럼 몰아갔다. 아이의 뛰어난 언어구사력도 오히려 독이 됐다. '잘 훈련 됐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가해자가 비싼 변호사를 선임하면 무혐의가 될 수 있으니 증거를 찾으라"는 담당형사 말을 들은 것도 잘못이었다. 법원에 제출한 딸의 일기장과 메모, 그림은 오히려 불리한 증거로 사용됐다. 어머니는 꿈에도 생각치 못한 일이었다.

A양의 어머니는 "아이가 재판에서 2시간 30분 동안 증언하는 등 6번 넘게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면서 "법률조력인이라고 한 사람도 변호사 자격이 없는 연수원생이었다"고 분개했다.

◇수사·재판 과정 아동성폭력 2차 피해 심각

시민모임 발자국과 이희정 새누리당 의원은 29일 '아동성폭력 2차 피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자리에서는 수사와 재판, 언론보도를 중심으로 '성폭력 사건 2차 피해'에 대한 사례 발표와 함께 개선 방향이 논의됐다.

공정식 한국범죄심리센터장은 재판에서 '아동의 진술의 왜곡'이 '위조'로 판단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공 센터장은 "진술을 반복적으로 하면 필시 왜곡이 생기는데 이것은 수사기관이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이러한 '진술이 오염'을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버릴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아동의 특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는 "일부 왜곡이 있다고 해서 전체를 위조로 보는 것은 문제"라면서 "아이가 과장해서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어떻게 당하지 않은 이야기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나'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는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도록 돕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서 판단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현장에서 판사로 관여할 당시만 해도 이런 문제에 대해 잘 몰랐다"며 "어떻게 조사를 하고 진술하게 할 것인가 진지한 고민 없이 무식하게 했다"고 털어놨다. 김 위의장은 "지난해 아동 성폭력 사건을 통해서 경각심이 일었고 2차 피해가 훨씬 심각해 사회 제도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고 전했다.

정책의 변화도 뒤따랐다. 올해부터는 아동을 포함해 성폭력 사건의 친고죄가 모두 폐지됐다. 또 법률조력인 제도가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로 이어져 피해자도 검사 뿐 아니라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차 피해 예방 법적 장치, 아직 허술

문제는 현장에서 얼마나 '피해자 중심적'으로 제도가 돌아가느냐다. 전문가들은 갈 길이 멀다고 꼬집는다.

아동성폭력 예방 시민모임 발자국 전수진 대표는 "수사와 재판 과정은 단순히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피해자의 회복이 이뤄지는 단계"라며 "재판과 수사에서 공정하게 가해자가 처벌받는다는 것을 피해자가 느낄 정도로 치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꿈을 찾는 나비모임의 송유경 회장은 2차 피해를 야기하는 법적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회장은 "친부나 의부가 성폭력 가해자일 경우 주민등록등본 열람을 제한할 수 있지만 가족관계증명서에서는 그대로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가해자가 피해자와 '가족관계'로 고스란히 남아 신원을 추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송 회장은 성폭력 피해자에 한해서라도 호적을 파기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제도 보완과 홍보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재련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은 "어떤 제도나 정책도 수해자들에게 잘 들어맞아야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며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지치지 않도록 수사기법을 과학적으로 하는 등 전문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이중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며 "수사관이나 법원을 대상으로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을 교육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목 법무부 여성아동정책팀 사무관은 "법률조력인 제도가 시행된지 1년 반 정도 됐다"며 "초기 단계에는 기본적인 자질이 부족한 일부 변호인들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성폭력 피해자는 범행을 입증하는 증언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의심을 받는 게 사실"이라면서 "아동의 특성을 고려할 수 있는 진술조력인 제도를 준비해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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