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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잔인한 파국 ‘이별범죄’, 왜 여성 탓인가
조회 : 18,704
2013.08.23 13:56
‘스토킹 방지법’ 조속히 제정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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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3일 새벽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빌딩에서 A(18)양이 공익근무 요원인 B(21)씨에게 떠밀려 엘리베이터 통로로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머리와 폐 등을 크게 다친 A양은 뇌사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5월 친구 모임에서 A양을 만난 B씨는 지속적으로 A양을 스토킹해 왔다. A양은 만남을 거부했고 B씨는 폭행과 협박을 일삼았다. B씨는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지만 별다른 처벌은 받지 않았다.
 
앞서 5월 4일 새벽에는 15년간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김영희(가명)씨가 남편에게 목졸려 숨졌다. 목사였던 남편은 그간 헤어지자는 김씨에게 “나하고 헤어지는 것은 죽는 방법밖에 없다”며 협박과 폭력을 일삼았다. 견디다 못한 김씨는 쉼터에 입소해 재판이혼을 청구했고 법원은 부부상담 10회를 명령했다. 그 과정에서 김씨는 남편의 말대로 목숨을 잃은 후에야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최근 ‘이별살인’ ‘이별범죄’라는 이름으로 친밀한 관계에서의 강력범죄가 범죄의 한 유형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살인, 강간 등의 범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별 과정’이 범죄의 원인으로 주목받는 것은 최근의 일이다.
 
전문가들은 ‘이별살인’이나 ‘이별범죄’라는 말에는 별 탈 없던 애인이나 부부 관계가 ‘이별’을 빌미로 폭력이나 살인에 이르게 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지적한다. 주로 여성들이 이별을 요구하고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성에 의해 범죄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별범죄’는 이별을 요구한 여성에게 범죄의 책임을 전가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4월 강남경찰서는 “이별범죄를 예방하려면 헤어질 때 잘 헤어져야 한다”며 “일방적 이별 통보보다는 남성에게 서서히 정리할 시간을 줘 상실감을 줄여야 한다”고 보도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신상희 활동가는 “성폭력의 이유를 피해자에게서 찾듯 ‘이별범죄’에서도 피해자에게 그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피해자가 이별을 이야기하기까지 그 관계 안에서의 폭력 등 다른 맥락은 사라져버리고 이별 요구만이 범죄의 원인인 양 말하는 것은 가해자 중심의 진술”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이별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시작부터 그 관계가 평등하지 않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부재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변혜정 충북도 여성정책관은 이를 “연애관계에서 성적자기결정권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변 정책관은 “성적자기결정권은 성관계뿐만 아니라 연애를 할 때나 헤어질 때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헤어지기로 마음먹었다면 단호하게 결정하고 그것의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는 이때까지 두 사람의 관계성을 고려해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변 정책관은 “‘이별범죄’는 이전에도 계속 발생했었지만 이전에는 사건의 스토리가 삭제된 채 보도됐다면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이용한 개인의 스토리텔링이 구체화된 시대상 때문에 만들어진 신조어”라고 덧붙였다.
 
여성폭력 전문가들은 이별범죄를 막기 위해 “상대방의 설득이나 협박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단호한 모습을 보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호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을 때 상대방에게 여지를 주게 되고 이는 더 큰 폭력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폭력에 대한 단호한 의지는 보여주되 이별 방식에 대해서는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스토킹 방지법’ 등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은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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