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상습적으로 폭행해온 아버지가 술에 취해 잠든 사이 10대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김기흥 기자가 이 사건,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범행을 저지른 이 학생이 상당히 모범적인 학생이었다고요?
<기자 멘트>
학교 선생님들도 친구들도 이번 사건에 대한 반응은 같았습니다.
충격 그 자체라고 하는데요.
공부를 잘하는 것은 물론이고 평소 친구들을 배려하고 성격도 활발해서 동아리 회장을 맡는 등 정말 모범적인 학생이었다고 합니다.
이웃들의 평도 다르지 않았는데요.
그런데 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걸까요?
그리고 학생의 어머니는 왜 경찰에 긴급체포됐을까요?
자세한 사건의 내막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충남의 한 가정집.
지난 17일 새벽, 이 집에선 큰 싸움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싸움 소리에 이웃들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부부가) 밤새도록 싸웠어요. 새벽 2~3시까지 (싸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잠을 하나도 못 잤어요. 그리고 그날 아침,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부부 싸움이 결국 살인 사건으로 비화된 겁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아침에) 나와 봤더니 경찰이 왔어요. (집)안으로 들어가서 확인을 하더라고요. 아들하고 엄마는 화단에 앉아서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더라고요."
남편을 살해했다고 자수한 아내 정 모 씨는 현장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됐습니다.
하지만 이틀 뒤, 경찰의 수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는데요.
남편을 살해한 사람이 아내 정 씨가 아니라 열일곱 살의 아들 정 모 군이라는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추궁을 해서 아들이 저지른 일을 자기가 다 떠안고 가려고 거짓 진술을 했다고 자백 받았어요. 뜻밖의 진실에 주변 사람들은 경악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그래서 더 깜짝 놀랐다니까요. 가슴이 철렁했을 정도였어요."
<녹취> 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담임 선생님을 비롯해 (친구들) 몇 명이 문상을 다녀왔고, 그러다가 어제 오후에 학생(정 군)이 (살인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저희들도 완전 공황상태에 빠진 것이 사실이죠."
고등학교 2학년인 정 군은 평소 학교생활이 모범적이었다는데요.
성격도 꽤 활달했다고 합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굉장히 성실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농구 동아리 회장도 맡아서 하고요. 우리가 포장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평소에 정말 모범적인 아이였어요."
정 군에 대한 이웃들의 평가도 마찬가지.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아이가 반듯했어요, 공부도 잘 알아서 하고. <녹취>이웃 주민 (음성변조) 인사도 꼬박꼬박 잘 하고, 친절하고 다정하게 예의 있게 (행동했어요.)"
그런데 정 군의 부모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남자가 집에 잘 안 들어와요. 화투 (도박) 배우고 그랬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가정불화가 심했던 것 같아요. 어머니하고 아버지하고 싸움만 하니까..."
잦은 부부 싸움은 가정폭력으로 이어졌다고 하는데요.
사건이 있던 날 새벽, 정 군의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이후 또 부부 싸움이 벌어졌고 정 군의 아버지는 어머니를 심하게 때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그날따라 목소리가 엄청 크고 욕도 나오고 그러더라고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많이 때려서 (어머니가) 온몸에 피멍투성이였어요. 그것을 아들이 봤고..."
중학생인 동생을 인근에 사는 친척집으로 피신시켜야 할 만큼 심했던 아버지의 폭력.
이를 지켜보던 정 군은 그날, 술에 취해 잠이 든 아버지를 둔기로 살해했습니다.
그때 정 군의 어머니는 집 2층에 있었다고 하는데요.
뒤늦게 아들의 범행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아들을 위한 마음에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맙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내가 아빠를 죽였다."고 얘기를 하니까 어머니가 얘기를 듣고 (2층에서) 내려왔어요. 내려와서 현장을 보고 아들이 자수한다고 하니까 "내가 (살인) 한 것으로 하겠다."고 아들을 설득해서 엄마가 그 죄를 다 뒤집어쓰려고 했던 거예요."
아들의 죄를 덮기 위해 대신 자수한 정 군의 어머니는 구속됐습니다.
하지만 거짓말은 곧 들통 나고 말았는데요.
‘가해자’를 자처하던 어머니의 진술 내용이 국과수의 시신 감식 결과와 들어맞지 않았던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맞는 게 없더라고요. (정 군 어머니는) 흉기로 반듯이 누워있는 (아버지를) 머리 위에서 쳤다고 했는데, 실제로 부검 결과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는 뒷머리가 함몰돼 있었고..."
이후 경찰은 사건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정 군을 추궁했고, 정군은 범행 일체를 털어놨습니다.
정 군의 어머니는 그때서야 자신이 거짓으로 자수했다고 자백했는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아들이 체포된 상황을 고지하고 "다 밝혀졌으니 진술하세요." 라고 하니까 그때부터 오열을 하면서 내가 한 것으로 해달라고 절규를 하더라고요. "엄마가 자식 위해서 지금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 (라고 말했어요.)"
아들의 죄를 뒤집어쓰려던 어머니의 어긋난 모정.
전문가는 이번 사건에 대해 가정폭력으로 인해 쌓여온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가 극단적으로 표출된 결과라고 분석합니다.
<인터뷰> 공정식(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가족의 문제는 가정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고 그러다보니까 쉬쉬하게 되는 것이죠. 결국은 가정 내의 갈등은 더 심화가 될 것이고, 한 순간의 분노에 의한 사건이 아니라 오랫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린 결과로써 발생했다고 봅니다."
이웃들은 아들과 어머니의 딱한 사정을 헤아리면서도, 아들이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며 안타까워했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아버지가 (어머니를) 괴롭게 했으니 아들이 보다 보다 그런 일을 저질렀겠죠. 무척 안타깝죠."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를 아들이 그렇게 했다는 것은 참 기가 막히죠. 왜 그랬을까..."
경찰은 자수를 했던 정 군의 어머니를 풀어주고, 정 군을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