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경쟁→학업 부담→집단 괴롭힘으로 해소
대구 수성·대전 둔산·서울 목동서 안타까운 죽음
연이은 학생 자살로 대한민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에서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투신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대전, 대구에서도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14일에는 서울 강남구 소재 고교 1학년 남학생의 투신 자살이 이어졌다.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자살 사고들은 모두 이른바 'A급 학군'으로 분류되는 부촌에서 벌어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자살 학생의 담임교사가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입건될 정도로 파장을 몰고온 서울 양천구 S중학교는 인근 W중학교와 더불어 명문고와 명문대 진학생을 많이 배출하기로 유명한 목동 일대 명문중학교에 속한다. 학생 수가 많다 보니 교무교감뿐 아니라 생활교감까지 2명의 교감을 두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 12월 동급생 2명에게 상습적인 괴롭힘을 당했다는 구구절절한 유서를 남기고 투신한 2학년 남학생으로 학교폭력 이슈화를 본격화한 대구 수성구의 D중학교. 이 학교 일대도 중산층 이상의 가구 학생들이 많이 다녀 서울의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에 준하는 A급 학군에 속한다.
같은 달 1학년 여학생이 투신한 데 이어 지난달 '친구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같은 반 친구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전의 D여고도 마찬가지다. 이 학교가 위치한 대전 서구 둔산동은 10여 년 전 시청을 비롯한 주요 관공서가 들어서면서 형성된 신흥 부촌이다.
학교폭력부터 학업스트레스까지 원인은 다양하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고는 공통적으로 학부모들이 너도나도 자녀들을 보내려고 안달인 명문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 학부모들의 과열된 경쟁 심리가 잇단 자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산층 지역 학부모들이 학생들에게 엄청난 학업적 스트레스를 강요하고 그 자녀는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지현 고양시아동청소년정신건강센터 팀장(정신보건사회복지사)도 "학교폭력을 비롯해 학생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들은 예전과 달리 더 이상 소득이 변수가 되지 않는다"며 "다른 압박감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교육을 통해 사회적 계층을 바꾸겠다는 경쟁 심리는 하층이나 최상층보다 중상층과 중간층에서 더 심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14일 숨진 서울 강남구 D고 1학년 A군의 학업 성적은 상위권에 속했다고 D고 측은 전했다. A군의 담임인 남 모씨(42)는 14일 전화통화에서 "(A군이) 최상위권에 속해 있지 못했지만, 성실하게 학업에 임했던 학생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유서를 바탕으로 A군의 자살 원인을 학업 스트레스로 보고 있다. 서 교수도 "최상위권에 속하지 못했다는 압박감이 학생의 비관을 유발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A군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는 대신 일부 학생은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면서 이른바 '일진'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이런 경우다. 서 교수는 "학교폭력이나 학업스트레스는 동떨어진 사안이 아니라 연관된 것"이라며 "학생들의 잠재력에 기반한 자연스러운 학업 능력 향상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벅찬 학업을 강요하는 과열된 경쟁 심리를 가라앉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