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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 성범죄 친고죄 폐지, 피해자 보호대책이 우선이다.
조회 : 62,992
2013.07.24 06:12

성범죄 친고죄 폐지, 피해자 보호대책이 우선이다.

 
1953년 대한민국의 형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현재까지 유지되어 왔던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조항이 60여년 만에 폐지됩니다. 친고죄라 함은 범죄의 피해자나 기타 법률이 정한 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검찰이 공소할 수 있는 범죄를 이르는 말로 형법상 간통죄,강간죄,미성년자 간음죄 등의 각종 성범죄와 사자명예훼손죄, 모욕죄 등이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형법에서 친고죄를 인정하고 있는 이유는 범죄를 당한 당사자인 피해자나 가족의 의사와 명예를 존중할 필요가 있거나 그 죄질이 경미한 경우 국가의 형벌권을 최소화 하자는 취지 입니다.
 
특히나 성범죄의 경우에는 수사과정이나 재판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사생활이 노출됨으로써 제2의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 기인해 그동안 친고죄가 적용되었습니다. 이번 성범죄의 친고죄 조항 폐지로 인해 앞으로는 성범죄 가해자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또는 피해자와 합의를 해도 법적으로 처벌을 받게 됩니다. 또한 여기에 범죄를 처벌하거나 기소할 수 있는 시한인 공소시효가 제외되는 성범죄도 늘어나 13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강제추행과 강간살인 범죄의 경우에는 아예 공소시효 자체를 없애기로 했습니다.
 
최근 아동 등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가 늘어나고 있고 그 범죄 행태도 매우 악질적으로 변화하고 있어 이번 정부의 조치는 이 같은 성범죄에 대항하는 강력한 조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성범죄에 대한 강경한 조치 속에 당연히 있어야 할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대책이 빠진 것 같아 아쉬움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나 경찰,검찰의 수사과정이나 재판과정에서 빈번하게 벌어져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공권력에 의한 성범죄 피해자의 2차 피해에 대한 구체적 보호대책이 강구되고 있지 않은 점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지난 5월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한건의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바로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제2차 피해를 야기하는 형사 법정의 현실을 개선하라>라는 내용입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이같은 성명을 발표하게 된 배경에는 한 사건에 대한 법원의 안일한 태도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법원이 성폭력 피해를 당한 12세의 지적장애를 가진 아동에게 2시간 동안 형사법정에서 증인 심문을 받도록 한 것입니다.
 
현재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해서는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사전 진술녹화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피해를 당한 아동이 사건 당시의 끔찍한 기억을 법정에서 다시 진술하게 하여 정신적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고자 함입니다. 하지만 당시 법원은 이같은 피해자 보호방안을 무시하고 가해자가 근처에 있음을 주지시키면서 증인심문을 한 것입니다. 당시 법원은 피해자가 장애를 가진 아동임을 몰랐으며 법원이 강제로 부른 증인도 아니라며 해명을 했지만 12세의 아동에게 법정에서 당시 일을 다시 한번 진술하게 한 것은 누가 봐도 피해자 보호에 소홀했던 처사인 것입니다.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사례는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이나 검찰에서 더욱더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성경험은 있느냐 등등의 피해자의 인권을 무시한 질문이 아직도 자행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난 2008년에 있었던 조두순 사건을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처음에는 사건 피해자를 지칭하는 가명인 <나영이 사건>으로 불리던 이사건의 명칭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초점이 맞추어진 명칭이라는 비판으로 후에 <조두순 사건>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피해 당사자의 아버지는 수차례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인권유린의 고통을 호소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피해 아동은 담당 경찰이 바뀔 때마다 그 끔찍한 사건 당시의 일을 반복해서 진술 해야만 했었습니다.
 
또한 성범죄의 특성상 남자 경찰관들에게는 이야기 하기 곤란한 내용들이 많아 될 수 있으면 피해자 조사를 여자 경찰이 담당하도록 하고 있으나 일선 경찰서에서 성범죄 조사를 담당하는 여자 경찰은 턱없이 모자란 현실 입니다.
 
또한 수사과정이 지속적으로 언론을 통해 노출되게 함으로써 언론보도 등에 의한 2차 피해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언론사들은 앞다투어 취재경쟁을 하게되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와 피해자 주변사람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취재가 이루어 집니다. 또한 피해자의 신상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들이 여과없이 언론을 통해 공개가 됨으로써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또 한번의 상처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강력 성범죄에 대항하기 위한 이번 조치는 분명 환영받을 만한 일일 것입니다. 그동안 성범죄에 대한 처벌의 강도가 너무 약해 성범죄가 줄어들지 않는 다는 비판을 감안하더라도 보다 강력한 처벌은 필요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우리가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바로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대책일 것입니다. 국가는 국가의 의무인 치안유지의 사각지대에서 범죄로 인해 고통을 받은 사람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런 책임을 생각해 볼 때 이번 성범죄 관련 강경조치에 국가 공권력에 의한 2차 피해자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보호대책이 미비한 것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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