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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피해자 두 번 울리는 성범죄 보도
조회 : 18,361
2013.03.04 14:44

피해자 두 번 울리는 성범죄 보도지난해 8월 나주에서 발생한 아동성폭력 사건 이후, 성폭력 보도가 한국 사회를 뒤덮었다. 신문, TV, 인터넷 언론은 매일 수십, 수백 건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고, 시민들은 공포와 불안에 압도됐다. 그러나 이 시기에 보도된 기사 중 성폭력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근본적 해결을 모색하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범죄 사실을 묘사하거나, 피해자를 비난하고 의심하는 등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성 기사들이 지면을 차지했다. 또한 성폭력을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가해자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며 가해자에 대한 격리와 처벌에만 집중하는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이런 보도는 사회적으로 극심한 불안과 공포를 조성하고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강화했을 뿐 아니라,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처럼 사회적 공분과 강력한 처벌 여론에 편승해 기본적인 윤리와 인권 관점을 상실한 보도 행태가 계속되자 문제점도 지적됐다. 일각에서는 자성의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몇몇 언론기관에서는 내부 보도윤리 지침을 마련했고,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는 성범죄 보도 권고 기준을 제정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무색하게 최근 피소된 배우 박시후의 성폭력 혐의를 앞다퉈 전하고 있는 언론의 보도 행태는 참담한 수준이다. 사건과 관련된 것은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 과열 보도로 이미 기본적인 보도윤리를 상실한 상태인 데다, 관련 보도 중 대부분은 박씨 측의 입장을 전하거나 유리한 내용으로 집중되고 있어 고소인에 대한 인권침해도 심각하다.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언론이 거의 박씨의 변호인을 자임하고 있는 수준이다. ‘고소인이 만취한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주변인들의 진술과 ‘술집에서 나올 때 걸어서 나올 정도로 멀쩡했다’는 폐쇄회로 TV(CCTV) 내용 등을 집중 보도하며, 정신을 잃고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여성의 주장을 반박하고 의심하고 있다.

성폭력 사건은 대부분 가해자와 피해자만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당시 정황이나 피해자의 진술이 매우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보도들은 사건을 직접 목격하지도 않은 주변인들의 진술을 주요하게 다루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피의자에 대한 ‘감싸주기’식 보도를 쏟아내는 언론에서 피해자에 대한 존중은커녕 최소한의 윤리의식도 찾아보기 어렵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 사회는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피해자를 의심하고 비난하는 데 더 익숙하다. 왜 술을 마셨는지, 왜 짧은 옷을 입었고, 왜 가해자를 따라갔는지, 혹시 ‘꽃뱀’은 아닌지 따져 묻는 의심어린 시선 속에서 피해자들은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

지난 2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알권리를 빙자하여 성폭력 범죄를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피해자와 가족의 사생활을 노출한 나주 아동성폭력 사건 보도기관(연합뉴스,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KBS, MBC)을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한 ‘걸림돌’로 선정했다. 성폭력 범죄에 대한 언론의 몰지각하고 무책임한 보도 행태에 일침을 놓은 것이다. 언론은 피해자를 의심하거나 비난하는 보도, 지나치게 상세하게 사건 내용을 묘사하는 보도,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식의 무책임한 보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책임 있는 자세로 성폭력 범죄 보도를 통해 성폭력에 대한 사회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피해자 지원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나아가 사회가 성폭력 사건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가지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도록 적극적으로 제안해야 한다.

..2013 여성신문의 약속 - 여성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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