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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제구실 못하는 '범죄피해자 구조금'
조회 : 18,637
2012.11.19 12:23

제구실 못하는 '범죄피해자 구조금'
금액 너무 적고 지급 요건 까다롭고 평균 5개월 걸리고…
편성 예산 95억에 지급액은 절반에도 못 미쳐
"구조금액 현실화 하고 지급시기도 앞 당겨야"


범죄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마련한 '범죄피해자구조금' 제도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금액이 턱없이 적을 뿐만 아니라 지급 요건이 까다롭고 친족간의 성범죄 등에는 지급하지 않는 등 지급 예외사유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구조 금액을 현실화하고 평균 5개월 가량 걸리는 지급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살인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A씨는 지난 3월 말 범죄피해자구조금 신청서를 냈다. 국가가 범죄로 인한 사망자 유족에게 구조금을 지급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사건 이후 A씨는 두 자녀와 시부모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지만, 남편의 급작스런 죽음에 충격을 받아 시장에서 생활 잡화를 팔던 일조차 그만둬 생활고를 겪어왔다. 그러나 A씨가 무려 150일을 기다려 받은 구조금은 900만원에 불과했다.

'범죄피해자보호법'에 따르면 범죄로 인해 사망이나 장해, 중상해를 입은 피해자 측이 가해자로부터 보상을 받지 못한 때에는 국가가 피해자나 그 유족들에게 구조금을 지급한다. 형사사건의 수사 또는 재판에서 수사 단서를 제공하거나 진술, 증언 등으로 피해를 보았을 때에도 구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A씨의 사례에서 보듯이 범죄 피해자들에게 현실적으로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조성한 범죄피해자구조금은 남아도는 실정이다. 지난 7일 법무부가 밝힌 2012년도 범죄피해자구조금 예산 편성액은 95억 84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 9월까지 지급된 구조금 액수는 약 38억 6800만원(40.3%)으로 편성액의 절반에도 못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구조금 지급요건 까다롭고 산정방식 복잡해= 현행 구조금 제도는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에게 최대 6000만원까지, 장해와 중상해의 경우 등급과 치료기간에 따라 최대 5000만원까지 구조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지급 요건이 까다롭고 예외 사유가 많다.

범죄피해자보호법은 '범죄 피해를 원인으로 국가배상법이나 다른 급여 등을 받을 수 있는 경우 구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공무원이 범죄 피해를 당했다면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피해보상 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구조금은 받을 수 없게 된다. 즉 피해자가 다른 법에 의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그에 따라 보상을 받도록 해야 하고,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배상을 받지 못했을 때 비로소 구조금을 받을 수 있다.

또 사망이나 장해, 중상해 등 모든 범죄피해 형태의 구조금은 피해자의 월급이나 월 실수입,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수입 기준은 세무서장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피해자가 근무한 업체 대표의 증명,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신력 있는 증명'이 있어야 한다. 이처럼 복잡한 절차로 인해 피해 가족들 입장에서는 스스로 처리하기가 쉽지 않으며, 피해자가 월수입이 적은 경우 그 지원액 또한 턱없이 부족해진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신속한 피해자의 보호·지원을 통해 피해 회복을 주목적으로 하는 범죄피해자구조금의 특성상 지금과 같은 보충적 지급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국가가)구조금을 피해자에게 먼저 지급한 뒤 다른 보상기관에 구상권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조금 산정시 최저생계비나 물가 등의 경제적 지표를 활용해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구조금액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친족간 성범죄 등은 지급 안 해… 늑장 지급도 문제= 범죄피해자보호법은 구조금 지급 제외 사유로 △범죄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친족관계가 있는 경우 △피해자가 범죄행위를 교사·방조하거나 범죄 유발행위를 한 경우 △범죄에 대한 보복으로 가해자 등의 생명을 해치거나 신체를 침해한 경우 △구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사회통념에 위배되는 경우 등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가정폭력, 근친에 의한 강간 등 친족간의 범행이 잇따르자 이들에 대해서도 구조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야당의원 12명이 친족간의 성폭력과 가정폭력 범죄에도 범죄피해자 구조금을 지급하게 하는 내용의 '범죄피해자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국회에 제출했다.

남인순 민주통합당 의원은 "성폭력과 가정폭력의 피해자는 오히려 구조금의 지급을 통해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도 그동안 사각지대로 방치됐다"며 "범죄의 특성을 반영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부부, 직계혈족, 4촌 이내의 친족, 동거친족 등 관계에 있는 경우라도 구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구조금 지급에 걸리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010년 신청에서 지급까지 평균 89일이 걸렸으나 2011년 94일, 올해 들어서는 7월까지 평균 152일로 늘어났다. 구조금 신청 건수가 2010년 343건, 2011년 431건, 올해 9월까지 229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범죄피해자구조심의회 개최 횟수나 시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가해자가 밝혀지지 않더라도 범죄 피해자로 판정이 난 경우 구조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검찰이 업무량이 증가한다며 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기다리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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