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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노인에게 ELS 4조 팔아…금감원 칼 뺐다
조회 : 18,468
2012.11.05 15:38

금융당국은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노인들이 상품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파생상품 전반에 대한 판매관행을 바꿀 방침이다.

또 내년부터 고령자에 대한 상품판매 실태를 따로 점검하는 테마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1년간 ELS와 이를 편입한 ELT(주가연계신탁), ELF(주가연계펀드) 등 관련 금융상품 판매액 24조4000억원 중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판매한 규모는 4조2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판매액의 약 17%, ELS 관련 상품을 산 다섯 명 중 한 명은 노인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상품을 파는 과정에서 금융회사가 노인들이 알아듣게 설명을 했느냐다. ELS 관련 상품은 주가변동과 연계해 특정 조건에서 특정 이율을 보장하는 상품으로서 주가가 일정비율 미만으로 하락하는 등 경우에 따라 원금손실 위험도 있는 파생상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제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경험이 전혀 없는 노인들이 투자하는 경우도 적잖다"며 "얼마 전 저축은행 사태 때 후순위채의 위험성을 전혀 모른 노인들이 대거 피해를 본 점을 감안하면 자칫 ELS도 또 다른 사회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ELS를 중심으로 파생상품 전반에 대한 판매제도 개선을 이달 중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고령자 투자권유 준칙 등을 개선한다. 예컨대 고령자가 파생상품에 가입할 때 숙려기간을 두도록 하거나 고령자의 가족이 상품 가입에 대해 추가 확인토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개선방안을 모범규준으로 만들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또 개별 금융회사가 이를 내규에도 반영해 업무에 실제 적용토록 할 방침이다.

내년부터는 이와 관련 테마검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은행, 보험, 증권 등 전 금융권역에 걸쳐 고령 투자자에게 불완전판매를 하는지를 직접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70세 김모씨는 요즘 고민이다. 지난해 살던 집을 처분하고 남은 노후자금 5000만원을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에 투자한 게 화근이었다. 주가가 특별히 많이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연 10% 이상의 수익을 준다는 말에 솔깃했다.

김씨가 가입한 상품은 코스피200과 홍콩H지수가 기초자산이다. 가입시점의 기초자산을 100으로 놓고 6개월 후에 둘 다 95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면 약속한 수익률을 보장한다.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더 기다릴 수 있다. 최종적으로 3년째 둘 다 60 이상만 유지했다면 3년분 수익을 한꺼번에 챙겨준다.

그러나 행여 어느 하나라도 기준보다 아래로 떨어지면 더 많이 하락한 비율을 기준으로 투자금을 되돌려준다. 지난해 8월 미국 신용등급 하락 이후 주가가 크게 떨어진데다 연일 유럽 재정위기 소식에 경제 전망까지 어두운 터라 김씨는 몹시 불안하다. 김씨는 "사실 홍콩H지수가 뭔지도 모른다. 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다 정확히 알았다면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저금리 기조 속에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ELS 관련 상품을 손본다. 우선 대상은 고령층에 대한 판매 행태 전반이다.

ELS와 이를 포함한 ELT(신탁), ELF(펀드)와 같은 상품들은 주가변동과 연계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높은 수익률을 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원금을 날릴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발행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ELS 발행 잔액은 2010년말 16조9000억원에서 2011년말 28조5000억원, 지난 6월말 37조5000억원으로 불과 1년 6개월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3월에는 한 달 만에 5조2000억원이 발행되면서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감원은 고령층에 대한 불완전판매 가능성에 주목한다. 금융소비자 중 상대적 약자인 노인들이 상품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할 수 있는 탓이다. 이미 저축은행 사태 때 후순위채가 예금 상품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노인들이 대거 피해를 봤다.

더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ELS는 증시 급락 때 피해가 불가피한 파생상품이다. 유사한 사례로 지난 2005년 우리은행 등이 판매한 파워인컴펀드의 경우 미국 우량주 등을 기초자산으로 연 6%대의 수익률을 내세웠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원금 상당수를 까먹어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봤다.

또 당국의 이번 조치는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 외에도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중장기적인 감독 정책 방향을 정비하는 차원이다. 노후자금을 운용하기 위한 노인들의 투자수요에 맞춰 제도개선도 뒤따라야하기 때문이다.

최근 1년간 고령자에 대한 ELS 관련 상품 건당 판매액은 4800만원으로 전체 투자자 평균 2600만원의 2배 가까이 된다. 고령자들의 은퇴자산을 금융회사가 집중적으로 공략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 돈이 손실나면 마땅한 소득수단이 없는 고령 투자자들은 치명타를 입는다.

이런 이유로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를 경험한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은 고령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 각종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금융당국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선진국 사례를 참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회사 직원이 직접 방문해 상품 특성을 설명토록 하는 방안, 가족의 동의를 따로 구하는 방안, 고령자 계약에 대한 금융사 내부 결재단계를 복수로 만드는 방안 등이다.

내년부터 고령층 등 소비자 연령대에 초점을 맞춘 테마검사를 준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까지는 노인층을 따로 나눠 검사한 적이 없었지만 고령화 시대를 맞아 이같은 테마검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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