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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청소년 危機 보여준 중학생 자살
조회 : 42,730
2011.12.26 18:48
<포럼>청소년 危機 보여준 중학생 자살
문화일보|기자|입력 2011.12.26 13:51|수정 2011.12.26 14:51

김동일/서울대 교수·교육심리학, 한국아동청소년상담학회 회장


성탄절을 며칠 앞두고 스스로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대구의 김모(중2)군은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온라인 게임 캐릭터와 아이템을 올리도록 강요받고 휴대전화 메시지로 심한 협박을 받으며 심지어는 금품까지 뺏겼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평소 서로 잘 아는 사이로, 게임을 같이 하면서 친해졌으나 가해 학생이 게임을 잘하는 김군에게 온라인 게임을 대신시키면서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한다. 키워가고 있던 친구의 온라인 게임 캐릭터가 해킹을 당하면서 김군은 이를 복구하고 또한 자신의 용돈을 들여서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을 구입하라고 강요받았다는 것이다. 놀라운 점은 이들 모두 중산층의 아들들이며 가정과 학교로부터 심한 처벌을 받은 적이 없고 성적도 평균 정도라고 한다. 우선, 이 비극에 대한 애도와 지금 고통과 괴로움을 겪고 있는 가족 및 친구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청소년 위기(危機) 사건에 대해 진지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특히, 현재 잘 드러나지 않는 청소년의 집단괴롭힘과 학대 문제를 예민하게 다루지 않으면 제2, 제3의 김군과 같은 희생자와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또다른 가해 청소년의 사건 기사를 보게 될 것이다.

일견 심각한 위기가 없다고 여겨진 김군을 지금의 파국으로 몰고 간 일련의 과정을 되짚어보면, 유사한 사건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위험 인자(폭력, 집단괴롭힘, 자살 시도 등)뿐만 아니라 디지털 매체를 통한 반복 기제(機制)의 문제가 눈에 띈다. 휴대전화나 최근 스마트폰을 통해 수시로 전달되는 협박 메시지와 중독성이 높은 온라인 게임은 우리 청소년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이를 적절히 다루지 못하면 피해가 막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위의 청소년들에게 너무 쉽게 노출되는 사이버 폭력과 인터넷 중독 문제의 미봉책이 아닌 진정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온라인 게임 과몰입(過沒入) 문제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먼저, 온라인 게임 중독이 게임 행위 당사자의 금단(禁斷)·내성(耐性)·일상생활화의 문제를 넘어서 친구까지 비정한 주종(主從)관계로 변질시키며 더 나아가 타인을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협박하고 집단괴롭힘으로 인한 자살로 치닫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특히 여러 가지 정서적 취약성이 높은 온라인 게임 중독자가 인간적이고 직접적인 상호작용 없이 가상적 대인관계에 치중할 경우에 공감(共感) 능력이 낮아지고 집단적 동조감이 커지게 돼 사이버 폭력의 위험성 또한 증가할 것이다.

다음으로, 중복위기를 조장하는 게임 중독의 부정적 기능과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인터넷 중독, 가출, 폭력, 집단괴롭힘, 자살 등의 청소년 위기에 대해 출현율·원인·과정·결과 그리고 대처 방안에 대해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위기 사건이 각각 분리돼 있는 건 아니다. 특히, 인터넷 게임 중독은 그 자체만으로도 전문적인 지원과 상담이 필요한 문제지만 폭력·괴롭힘·자살 위기와 중복될 경우에 위험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청소년의 위기 지원 과정에서 이에 대한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

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일상생활에 이미 뿌리깊이 자리잡은 인터넷 게임과 문화 산업에 대해 감정적이고 일방적인 폄훼와 매도는 또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다. 양날의 칼과 같은 인터넷 게임과 사이버 문화에 대해 균형잡힌 새로운 시각을 기반으로 부모·교사·게임개발자 및 지역사회 자원인사와 정부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상에서 한 명의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지혜를 진정으로 구하고 나눈다면 또 다른 비극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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