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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스승 자리까지 잡아 먹다"
조회 : 18,013
2012.05.15 09:08

학교 폭력을 근절한다는 취지로 학내 분위기가 삭막해 지면서 '스승의 날' 의미가 무색할 정도이다. 되레 교사들에게 '부담'이 돼버린 스승의 날, 스승의 의미가 실종 돼가는 우울한 학교 표정을 들여다봤다.

14일 오전, 스승의 날을 하루 앞 둔 부산진구 A고등학교.

제자들이 선생님을 위해 편지를 쓰거나 교실 안에 풍선을 달며 이벤트를 준비할 것 같은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대신 경찰이 교실을 찾아 학생들에게 학교 폭력 근절에 대한 예방교육을 하느라 사실상 얼음장 분위기만 학내를 가득 채우고 있다.

학교 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한국교원단체총엽합회(이하 교총)가 스승의 날 교육주간(14~20)을 '학교 폭력 근절 주간'으로 설정하면서 형식적으로나마 지켜지던 '스승의 날' 존재감이 아예 사라진 것이다.

A 고등학교 교사 이 모(29.여)씨는 "학생들이 여교사나 나이 든 선생님에게 버리장머리 없이 구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해결한답시고 경찰들이 매일 같이 학교 정문에 버젓이 서있고, 예방교육을 하는 것은 교사와 학생 모두를 더욱 위축되게 만든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1일 금정구 B중학교에서 여교사가 복장지도를 하던 여중생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같은 일이 잇따라 빚어지면서 학교 폭력의 선도·예방을 해야 할 교사의 역할이 경찰에게 넘겨져 선생님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양정구 C 초등학교에서는 처음 스승의 의미를 접하는 초등학교에서 촌지 등의 이유로 교사들에게 꽃을 달아주는 행사를 없애는가 하면 아예 휴교에 들어갔다.

주 5일제가 되면서 재량 휴업의 여유가 없는 동래구 D중학교나 남구 E중학교는 정상수업을 진행해, 과거 단축 수업으로 오후면 졸업한 제자를 맞이하거나 학생들이 졸업한 학교를 찾아가는 풍경은 사라지게 됐다.

이렇게 무색해지는 스승의 날이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교사들의 자조적인 반응은 우리네 학내 풍경을 더 서글프게 하고 있다.

D중학교 교사 김 모(33)씨는 "스승의 날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며 "행여 학부모에게 조그마한 감사의 선물만 받아도 학교 온라인 게시판에 오르내리는데, 차라리 스승의 날 행사가 없어지는 게 교사들 마음 편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총이 14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교사들이 스승의 날 떠오르는 단어로 '제자'(32.5%)대신 '부담'(33.7)을 1위로 선택한 것으로 드러났듯이 스승의 날은 부담스러운 날이 된 셈이다.

교권의 추락으로 우울한 스승의 날을 맞이하는 교사들, "스승의 은혜가 하늘과 같다"는 노래는 이미 옛말이 돼 버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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