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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범죄자와 얼굴 마주쳤다면…호신용품 사용 자제 범인 성향분석 필수
조회 : 18,396
2012.05.09 13:32
인터넷 쇼핑몰을 중심으로 호신용품 판매량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얼마 전 수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납치살해사건 늑장대응 논란 때문이다. 피해자 곽 모씨는 목숨이 위험한 절망적인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 구조요청을 했다. 그러나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참혹하게 살해됐다. 이에 따라 112 신고를 비롯한 국가 치안시스템 전반에 대한 국민 불신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라는 원초적인 현실이 어두운 그림자처럼 짙게 깔려있다. 이러다 보니 ‘내 몸은 내가 시키겠다’라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여성들을 중심으로 호신용품 구입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영화"살인의 추억" 한 장면.



지난달 옥션과 G마켓 등 대형 인터넷 쇼핑몰은 호신용품 판매량이 전월보다 최고 250% 가까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 팔리고 있는 호신용품은 스프레이나 경보음 발생기, 삼단 봉, 가스총, 전기충격기(스턴건) 등이 대부분이다. 이 중 범인 퇴치에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권총형태의 가스분사기는 반드시 지역 관할 경찰서에서 소지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호신용품 사용이 더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평소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는 호신용품을 잘 못 사용했다가는 범인으로부터 더욱 심한 폭행을 당하거나, 자칫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어린이나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의 경우 아무리 성능이 우수한 신변보호 용품을 갖췄더라도 비상사태 시 범인제압에 성공할 확률은 극히 낮다. 총기소유가 자유로운 미국에서 강력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범인과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최선 일까.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위기상황에서 ‘섣불리 대응하지 말라’는 것이 전문가 대부분의 조언이다. 가능하면 범인의 눈을 쳐다보지 말고 대화를 유도하라는 것. 특히 범인의 정신상태와 범행 목적 등을 먼저 파악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범죄피해자 정신과적 치료 꼭 받아야

다행히 대화가 조금이라도 진행됐다면 범인과 어느 정도 신뢰가 구축될 수 있다. 이때 주변상황 등을 잘 살펴 경찰 등 외부에 구조요청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드물기는 하지만, 실제 주변에서는 범인을 안심시킨 후 위기를 모면하거나 피해 범위를 줄인 사례가 많다. 얼마 전 생활고에 시달리던 조 모씨는 술을 마시고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질렀으나 피해자가 찬송가까지 건네며 설득, 자수하기도 했다.

정신과 전문의 양재진 원장은 “범인의 성향 파악이 중요한 것은 그 결과에 따라 대응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초범이나 우발적인 범행이라면 초기에 강하고, 단호하게 저항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범인이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나 변태 성욕자라면 피해자의 반항 자체를 즐기는 경향이 있으므로 가능하면 반응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발적이거나 초범의 경우 말을 더듬거나 흉기를 잡은 손이 떨리는 등 일반적인 증상을 보인다. 이는 가해자인 범인도 극도로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반면 전과자의 경우 차분한 모습을 보이는 등 평소와 비슷한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 양원장의 설명이다.

한편 범죄 현장의 끔찍한 장면을 몸으로 경험을 한 피해자라면 반드시 정신과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치료는 보통 상담과 약물, 환경치료 3단계로 진행된다. 상담이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심할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통해 안정을 취한 후 다음 단계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천기병원 장현종 원장은 “피해자는 보통 애도반응과 함께 분노, 복수심으로 심한 고통을 받는다.이는 몸 속 호르몬의 변화 때문으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며 “피해 환자들을 치료하다 보면 주변이나 언론의 관심이 떨어지면서 무기력감에 빠진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이 경우 약물처방 등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제2, 제3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 김동식 기자]

범인 자극시키지 말고, 자주 말 걸어야

수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살해사건 늑장대응이 알려지면서 호신용구를 찾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섣부른 호신용구 사용보다 범인 성향파악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강력범죄는 어쩌면 우리사회의 필연적인 결과인지 모른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가정에서든 사회에서든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남을 이겨야 한다는 세뇌교육을 받으며 살고 있다. 다행히 경쟁에서 이긴 사람은 그런대로 궤도 진입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좌절감에 휩싸이고 만다.

오늘날 절망감에 싸여 있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더구나 빈부격차로 양극현상이 극단적으로 치닫는 우리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발붙일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시당하는 것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우리 한국인들은 어떤 자극을 받았을 경우 내재된 울분을 거의 폭발적으로 터트리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양극화 현상이 고조되면서 우리사회에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립구도가 심화되었다. 이에 따라 인명에 대한 경시풍조는 그 어느 때보다 대범해지고 지능화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균형을 잃은 가정에서부터 시작해 제도적인 모순을 지닌 사회풍토에 그 원인을 두고 있다고 본다. 대다수 부모들은 인성을 중시하는 가정교육보다 성적을 올리는데 급급해했고, 국가 차원에서도 인성보다는 능력우선주의를 표방해 왔다. 이런 풍토에서 이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소외감이나 위축감을 느끼게 마련이고, 그들은 자학이나 자살로 치닫거나 아니면 그 울분을 불특정다수를 향해 터트리기 일쑤다.

거의 매일 뉴스에 보도 되듯이 오늘날 범죄행위는 날로 잔혹해지고 있다. 강도나 강간 같은 범법행위에 그치는 정도가 아니라 여차하면 살인을 저지른다. 이렇게 강력범죄가 날로 증가하는 추세에서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을 당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험악한 세상에 살고 있다. 경제성장이라는 화려함 뒤에 짙게 드리워진 그늘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어느 때보다 범죄를 방지할 수 있는 묘책이 절실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스스로 조심하며 자신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 위기상황에서는 미쳐 남이 도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불가피한 상황에서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를 대비해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몇 가지 지침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첫째, 침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자만 놀라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도 극도의 긴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자극을 주면 가해자는 쉽게 흥분을 하고 만다. 그렇게 되면 도리어 사고를 키울 수가 있으므로 가해자를 자극시키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둘째, 가급적 대화를 하라는 것이다. 가해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즉 그가 어떤 욕망이나 울분을 갖고 있는지 그 심정을 헤아리기 위해 주거니 받거니 말을 하도록 한다. 말이란 놀라울 정도로 진정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기상황에 처해 있을수록 어떤 말이든 나누어야 한다.

이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당하고 말았다면, 그 상태에서라도 더 이상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냉정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 우리 속담에 호랑이 굴에서도 정신을 차리면 산다고 했다. 피해자가 분한 나머지 소리를 지르거나 폭언을 하는 식으로 대응하면, 가해자는 증거인멸을 위해서라도 살인을 서슴지 않게 된다. 특히 악담이나 폭언은 자칫 가해자의 열등감을 자극해 무시당했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으므로 극히 조심해야 한다. 다시 말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더라도 죽음이라는 최악의 상태를 피하기 위해서는 가해자를 당황하거나 흥분시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일단 죽음과 같은 최악의 상태에서 벗어났으면, 그때는 지체 없이 심리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강력범죄에 노출되었던 사람들은 엄청난 공포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어렵다.

심리치료란 상담자와 내담자 간에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내재된 상처를 희석시키는 작업으로, 그것 역시 제 때에 받지 않으면 엄청난 피해를 초래한다. 극심한 공포에 따른 충격은 생각보다 깊숙이 각인되므로 방치하면 차후 여러 가지 기능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정신질환은 피해의식의 결과이며, 그것은 자살이나 제 2의 범죄행위를 유발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성숙 가톨릭대 극동상담심리연구원 ]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27호(12.05.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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