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영화 ‘도가니’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아동성폭력 사건으로 사회가 시끄러웠다. 얼마 전에는 학교폭력으로 자살한 학생의 유서를 통해 학교폭력의 폐해가 사회 전반에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금치 못했다. 그나마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으로 ‘도가니 법’이 만들어지고,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만들어 지면서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런데 ‘묻지 마’ 범죄가 또 발생했다. 수원 여성 살해사건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마음이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밤길을 가다가 납치된 후 위급상황에서도 신고하는 노력까지 보였던 피해자가 결국 아까운 생명을 잃게 됐으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
경찰이 조금만 더 능동적으로 움직였다면 죽음까지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신고를 받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경찰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소리를 질러 도움을 청하는 데도, 그 소리에 무심하게 반응했던 주변 이웃들은 마치 우리들 자신의 모습인 것 같아 더욱 부끄럽다.
현 시스템으로는 112신고 만으로 신고자의 위치추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알려준 위치를 바로 수사했더라도 정확한 위치를 찾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런 범죄를 당했을 때 112에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인지, 119에 신고를 해야 하는 지 확실한 대처방법을 알 수가 없으니 사회 제도에 대한 불신감만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제 이런 ‘묻지 마’ 범죄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누구에게나 일어 날 수 있는 일이다.
피해여성이 잘못한 것은 단 한 가지도 없다. 단지 그 날 그 시간에 그 길을 지나간 잘못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런 범죄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복 뒤에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불행의 씨앗인 것이다. 선진국으로 진입할수록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에 살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까지 아무런 잘못도 없이 피해를 당하고도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허다하니 선진국 진입은 아직 요원한 모양이다.
그런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내 가족이 아니고 친척이 아니라고 해서 간과해선 안 된다. 오토바이 뺑소니사고를 당하고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 있다가 수차례의 수술 끝에 조금 회복돼 이제 겨우 일어나는 피해자가 있다. 그 피해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보니 재혼한 부인이 집을 저당해 빌린 돈을 몽땅 가지고 도망 가버렸다는 것이다.
노모는 어린 아이 둘과 본인을 돌보느라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암이 생겨 수술을 받아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집안을 책임지고 있었다.
장애진단을 받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해 먹고 사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 되었다.
누구를 원망해 봤자 소용없고 스스로 포기를 하자니 인생이 너무나 불쌍하여 극심한 피해의식으로 가끔 발작을 일으키게 됐다. 그때마다 집안사람들을 때리고 가구를 부수는 행패를 부리지만 본인이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니 치료하기도 어렵고, 반복되는 폭력에 가족들만 고생을 거듭하게 됐다고 한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도움 받을 방법은 미약하고 행복한 가정은 순식간에 파탄이 나 버리니 범죄피해의 결과는 암울하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사이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범죄피해자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그들을 돕기 위한 여러 가지 법들이 만들어지고, 보호와 지원이 강화되었으며 피해자의 권리도 다각적으로 이루어져 희망의 싹이 보인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입은 의료적, 경제적 손실을 복구하고 지원하는가 하면 범죄피해자 구조법도 상향조정되어 사망 시 최고 5천400만원까지 구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형사사법절차에 참여하여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자유로운 진술을 보장 받을 수 있으며 가해자와 대면하지 않고 진술 녹화실을 활용하여 신변보장을 받을 수 있으며 사생활의 평온과 신변보호를 받을 수가 있다.
아직까지는 시작에 불과하고 그 성과는 미흡하지만 계속적인 관심과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으니 빠른 시간 안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