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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태원 살인사건’ 피의자 패터슨 송환 연기
조회 : 17,642
2015.06.30 18:02
‘이태원 살인사건’ 피의자 패터슨 송환 연기
 
정희완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 2015-06-30 13:59:06ㅣ수정 : 2015-06-30 14:02:40

  
이른바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의자 아더 패터슨씨(36)의 국내 송환이 다시 미뤄지게 됐다. 법무부는 미국 법원에 ‘인신보호청원’을 냈던 패터슨씨가 항소심에서 청원이 기각되자 이의신청서를 제출해 재심 절차를 밟게 됐다고 30일 밝혔다.
 
패터슨씨가 한국 송환을 피하기 위해 미국 법원에 냈던 인신보호청원은 지난달 항소심에서도 기각돼 송환이 임박한 듯했다. 그러나 이의제기 기간(45일) 마지막 날인 지난 19일(한국 시각)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1997년 4월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대학생 조중필씨(사건 당시 22세)가 숨진 채 발견됐다. 흉기에 목과 가슴을 9차례 찔렸다. 한국 수사기관이 지목한 범인은 미국에 있다.
 
사건 당시 용의자로 지목된 두명 중 한명은 무죄를 선고받아 풀려났고, 다른 한명은 수사기관의 허술한 감시망을 피해 미국으로 도주했다. 두명 중 한명이 살인을 했지만 둘 다 풀려난 해괴한 미제사건….
 
그러다 2009년 이 사건을 소재로 다룬 영화로 재수사에 대한 여론이 비등하면서 검찰은 다시 수사에 착수했고 미국으로 도주한 이를 범인으로 지목해 기소했다. 이후 간간이 ‘이태원 살인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긴 했으나 그 빈도는 점차 줄었다. 이제 살인이 발생한 이태원의 햄거버 가게 앞을 지나지 않는 이상, 이 사건을 입에 올리는 이들은 거의 없다. 18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 잠시 화장실에 들렀는데…
 
1997년 4월3일 오후 10시쯤 홍익대를 다니던 조중필씨는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다 주는 길이었다. 서울 이태원동을 지나다 소변이 마려워 근처 햄버거 가게에 들어갔다. 소변을 보던 조씨는 왼쪽 목 부위 네곳, 오른쪽 목 부위 세곳, 가슴 부위 두곳 등 9곳을 흉기에 찔렸다. 119가 출동했으나 조씨는 이미 숨진 뒤였다.

 당시 화장실에는 주한미군의 아들 아더 패터슨씨(36·당시 18세)와 교포 에드워드 리씨(36·당시 18세)가 있었다. 둘은 서로가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에서 리씨는 “한국 남성이 화장실에 들어가자 패터슨씨가 따라갔다. 얼마 뒤 나와서는 ‘내가 일을 저질렀다’고 했고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자 ‘그럼 가서 직접 보라’고 했다. 가서 보니 사람이 죽어 있더라”라고 진술했다.
 
반면 패터슨씨는 “내가 주머니칼을 자랑하며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고 리가 칼을 가져간 뒤 ‘뭔가 보여 주겠다’며 리씨가 화장실에서 한 남성을 찔렀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리씨를 범인으로 보고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패터슨씨에게는 증거인멸과 불법무기소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리씨는 1997년 10월2일 서울지법과 1998년 1월26일 서울고법에서 살인죄가 인정돼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1998년 4월24일 대법원은 리씨에게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려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패터슨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스러워 리가 단독 범행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1998년 9월30일 서울고법은 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리씨가 무죄로 석방되자 조중필씨 가족은 패터슨씨를 살인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다시 수사에 착수했다. 패터슨씨는 1998년 1월26일 서울고법에서 증거인멸 등 혐의로 징역 장기 1년6월 단기 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같은 해 8월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검찰은 패터슨씨를 출국금지하고 수사해오다 1999년 8월 인사이동 과정에서 사흘 동안 출국금지를 연장하지 않는 실수를 범했다. 이 틈을 타 패터슨씨는 미국으로 도주했다. 수사는 중단됐다.
 
 
■ 영화 <이태원 살인 사건>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던 이 사건은 한편의 영화로 다시 주목받게 됐다. 2009년 9월 조중필씨 사건을 다룬 홍기선 감독의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이 개봉했다. 배우 정진영씨가 담당 검사, 장근석씨가 패터슨, 송준기씨가 피해자 조중필씨 역을 맡아 연기했다. 이 영화로 인해 검찰에 대한 비난 여론과 함께 재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검찰은 재수사에 착수했고 최신 수사기법을 동원해 패터슨씨가 진범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2010년 1월 미국에 패터슨씨를 송환해 달라는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이어 2011년 12월 공소시효(15년) 약 3개월을 앞두고 패터슨씨를 공석 상태로 기소했다.
 
미국 검찰은 2011년 5월 패터슨씨를 체포해 구속 수감됐다. 그는 3차례 보석을 청구했지만 미국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한국의 범죄인 인도 청구를 1년여 동안 심리한 미국 LA연방법원은 2012년 10월 패터슨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그러나 패터슨씨는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인신보호청원’을 냈다. 한국 송환 결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2013년 6월 법원은 패터슨씨가 낸 인신보호청원 1심에서 한국 송환을 결정한 판결은 정당하다고 선고했다. 패터슨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 역시 인신보호청원을 기각했다. 패터슨씨는 다시 이의제기를 신청했다.
 
한국 법무부는 패터슨씨의 인신보호청원이 최종 기각돼 한국 송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재심 절차가 진행되면서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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