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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 전문가 한동수 소장] 색채 다양하게 접한 아이들, 폭력성 줄고 정서 순화 돼
조회 : 43,961
2012.03.16 10:13

[색채 전문가 한동수 소장]
색채 다양하게 접한 아이들, 폭력성 줄고 정서 순화 돼
1969년 방송국 디자이너 입사, 컬러TV시대 오면서 색 연구… 국내 첫 색채 표준 제작

"모든 색상은 각각 고유한 에너지를 갖고 있습니다. 세 살배기 아이를 빨간 방에 두면 맥박이 1분에 20회 더 뛴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요. 요즘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한데, 평생 모은 색채 교구를 제공할 의향이 있으니 죽기 전에 전국 5800여개 초등학교 중 1000개 초등학교만이라도 시범학교 삼아 색채교육을 실시했으면 좋겠어요. 정부에 이 제안을 하고 있어요."

인사를 마치기 무섭게 색채 교육 중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기 시작한 한국색채연구소 한동수(69) 소장은 무채색 일색인 여느 직장인들 옷차림과 달리 겨자색 와이셔츠에 연두색 카디건, 자주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한국색채연구소 한동수 소장은 “다양한 색채를 접하면서 크는 아이들은 감수성이 발달하고 폭력성도 줄어든다”며 색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지호 객원기자

한 소장은 "색채 교육이 아이들 감수성 발달과 정서 순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실제로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교 4학년까지 아이들을 대상으로 4년간 시험해 본 결과, 2135가지 색채 교구를 마음껏 접하며 자란 아이들이 점차 공격성이 줄어들고 사교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한 소장은 43년간 색채 연구에 매진해 온 국내 최고 색채 전문가다. 1969년 KBS 디자이너로 입사해 무대·분장·의상 등을 총괄하며 색채와 인연을 맺었다. 본격적으로 색채 연구를 시작한 때는 1978년, 흑백에서 컬러 텔레비전으로 시스템 전환을 대비하던 방송사가 KBS색채연구소를 세우면서부터였다. 그는 당시 생각지 못했던 문제에 부딪혔다. 명암·농도가 미묘하게 다른 다양한 색상을 표기하는 공통 기호 체계가 없어서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도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선진국은 1900년대 초부터 색깔을 기호로 구분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색에 대해 너무 무감각해요. 국어사전에 보면 붉은색만 해도 '불그죽죽하다' '불그스름하다' 같이 56가지 표현이 있고, 검은색 표현도 69가지나 됩니다. 원래 색과 감성에 대단히 민감한 민족인데 대량생산 산업 체제가 되면서 색에 대한 중요성을 망각해 버린 거죠."

그는 실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색채를 기호로 표준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섬유 사업을 하는 지인을 설득해 8250㎡ 부지 춘천 섬유공장에서 하루 종일 염색 작업을 하며 갖가지 색을 뽑아냈다. 이렇게 2년간 작업을 마치고 1991년 2135가지 섬유 표준색을 만들어 정부에 등록했다. 비슷한 과정을 거쳐 같은 해 1519가지 도료 표준색, 1993년 1502가지 인쇄 잉크 표준색도 만들어 등록했다.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섬유 표준색을 제작할 땐 34억원 부도를 냈고, 자금 마련을 위해 집을 저당잡혔다가 날린 적도 여러 번이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사람들도 4명이 파산했다. "'미쳤다'는 말, 살면서 정말 숱하게 많이 들어봤어요. 하지만 미치지 않고서 이루는 일이 있나요. 누군가는 그러던데요. '미쳐야 미친다(도달한다)'고요."

1995년 방송사 색채연구실이 당시 통상산업부 산하 재단법인 한국색채연구소로 승계되면서 그는 25년간 방송 생활을 접고 2000년 한국섬유실용색 등록 등 본격적인 색채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는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한 지역을 시범 구역으로 삼아 뒤죽박죽인 건물 색깔을 지역 고유의 색으로 다시 칠하도록 하는 것도 꿈"이라 했다. "한 지역을 가장 잘 대변하는 색상은 그 지방 토양에 물을 부었을 때 나오는 색깔, 그 고장에 많이 나는 나무껍질 색상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그런 건 전혀 고려하지 않죠. 이탈리아는 건물 외벽 색상을 사회적 자산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정신이 도시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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