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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법원, '대형사고 책임자'에 첫 살인죄 인정..판단 근거는?
조회 : 17,910
2015.04.29 15:30
법원, '대형사고 책임자'에 첫 살인죄 인정..판단 근거는? 
 
입력 : 2015.04.28 12:03 | 수정 : 2015.04.29 15:19
 

이준석 세월호 선장이 28일 항소심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받은 배경에는 승객들이 다 내리지 않았는데도 아무 구조조치 없이 선원들과 함께 퇴선해 피해발생에 가장 무거운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 근거로 작용했다.
 
 
■ 대형사고 첫 살인죄 판례로 기록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그간 인재로 기록된 역대 대형 사건·사고에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는 '(구조 등) 어떤 행위를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에 따라 처벌한다'는 형법 제18조 '부작위범'의 법리를 살인죄에 적용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인을 위한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살인을 한 것과 다름없을 때 적용된다.
 
지난 1970년 여객선 남영호 침몰사고 당시 검찰이 선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사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과실치사죄만 인정, 징역 2년6월을 선고하는데 그쳤다.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도 관계자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으나 과실치사죄만 적용됐다.
 
부작위 살인죄를 인정한 법원 판례는 조카를 위험한 저수지 제방으로 유인해 실제로 물에 빠지게 한 뒤 구조하지 않은 삼촌과 치료비 때문에 인공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는 혼수상태의 환자를 강제로 퇴원시킨 부인에게 적용된 것이 전부다.
 
 
■ "퇴선방송 없었다..선장 책임 막중"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도 선원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고 검찰은 살인 혐의를 주위적(주된) 공소사실에 적시해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1심은 이 선장이 탈출 전 승객들에 대한 퇴선방송을 지시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해 살인죄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날 항소심은 이 선장이 승객에 대한 퇴선방송을 하지 않은 채 탈출했다며 1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뒤집었다. 선장과 선원들이 세월호를 탈출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승객들에 대해 선내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퇴선방송 지시에 수반되는 조치가 아무 것도 이뤄진 바 없고, 퇴선방송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하는 이 선장 등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2심은 선장으로서의 막대한 권한과 책임에 비춰 400여명의 승객들이 익사할 수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골든타임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퇴선방송도 하지 않은 채 먼저 탈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봤다.
 
 
■ 안전사고 책임의식 강화 계기
 
 법조계는 대형사고와 관련해 인명구조 책임자에 대한 첫 부작위 살인죄가 인정됨에 따라 우리 사회의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의식도 한층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봤다.
 
이날 재판부 역시 선장의 구호조치 포기 행위는 고층 빌딩 화재 현장에 구조를 위해 출동한 소방대장이 빌딩 안의 승객들 구조를 외면한 채 옥상의 구조 헬기를 타고 먼저 빠져나오는 행위나 야간 병원 응급실을 지키던 유일한 당직의사가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방치하고 병원에서 빠져나오는 행위에 견줄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mail protected]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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