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인차량 경쟁업체 간에 발생한 단순 교통사고가 알고보니 사고로 위장한 운전기사 살인미수 사건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9일 살인미수와 증거인멸, 사기 등의 혐의로 견인차량 운전기사 김모씨(31)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소속 업체대표 박모씨(43)와 지입차주 김모씨(32)등 4명을 사기 또는 증거인멸 혐의로 함께 입건했다.
김씨는 지난 2015년 1월 5일 오후 3시 25분께 부산 강서구 송정동의 녹산공단 인근 도로에서 피해자 이모씨(42·견인차량 기사)를 자신의 견인 차량으로 충격하고 갓길에 정차해 둔 이씨 차량 사이에 끼운채 밀어내면서 골절과 장기손상 등 전치 6주의 부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업체대표 박씨 등 4명은 김씨의 사고를 보고받은 직후 견인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을 없애고 보험사에 허위보험까지 청구하면서 1억 69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아낸 혐의다.
이들은 자신들이 타낸 보험금 가운데 4000만원을 이씨에게 건네면서 단순 교통사고로 위장시켜 무마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와 피해자 이씨는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 소속 견인운전기사로 사고당일 교통사고 현장에서 차량을 먼저 견인하려고 작업을 하다 서로 말다툼을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씨는 김씨에게 '따라오라'며 교통사고 현장에서 150m가량 떨어진 장소로 불러냈고 견인차량을 갓길에 멈춰 세운뒤 운전석에서 내리는 이씨를 김씨는 자신의 차량으로 그대로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피해자 이씨를 김씨가 견인차량으로 충격하고 피해자 이씨가 자신의 차량과 김씨의 차량 사이에 끼이자 되려 핸들을 돌리지 않고 더 밀어 붙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당시 견인차량 파손상태와 피해자 이씨의 부상정도로 볼때 피의자 김씨가 고의적으로 이씨를 살해할 마음을 먹고 저지른 범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후 피의자 김씨의 회사 소속 대표와 차주, 동료기사들은 고의 사고일 경우 보험처리가 되지 않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한다는 사실을 염려해 경찰과 119는 물론 보험사에도 단순교통사고로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보험사 조사기록에는 김씨가 '담뱃불 때문에 핸들을 놓쳤다'고 적혀있으나 경찰에서는 '핸들을 꺾었다'고 진술한 내용이 서로 다른 점을 확인하고 고의 사고로 추정하고 수사를 벌였다.
경찰이 올해 7월부터 두달 동안 피해자와 가해자를 비롯한 주변인을 조사했지만 모두 범행사실을 부인하면서 사건은 제자리에 머무는 듯 했다.
심지어 김씨의 경우 담뱃불 때문에 손에 입은 화상자국과 구멍난 바지까지 증거자료로 제시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병원진료기록과 현장조사, 국과수와 도로교통공단에 현장 감정을 의뢰하고 사설 자동차 공학연구소에도 사고 분석을 맡겼다.
경찰은 의뢰기관에서 '고의 충격에 의한 압착사고'라는 결과를 받고 올해 10월 다시 김씨와 업체대표 박씨를 비롯한 관련자를 소환해 조사를 벌여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고의사고는 원칙적으로 보험이 적용되지 않지만 책임보험의 한도내에서는 배상청구를 받을 수 있고 이씨의 경우 최대 2억원까지 배상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