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항소심, 성추행 혐의만 인정… 전문가 “진술방식 개선해야”
수사관의 유도신문으로 성폭력 피해 아동의 진술이 법정에서 인정되지 않은 일이 또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피해아동 진술의 증거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간섭없이 진술을 받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향신문 4월23일자 10면 보도)
서울고법 형사10부(권기훈 부장판사)는 지능지수(IQ)가 34인 지적장애 1급 어린아이를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로 기소된 ㄱ씨(54)에 대한 항소심에서 성추행 혐의만 인정, 징역 7년을 선고하고, 7년간 성범죄자정보공개를 명령했다고 28일 밝혔다.
피해 아동은 “성폭행 당했다”고 진술했지만 법원은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아이의 피해 진술을 받는 조사자가 지적 수준이 3~4세에 불과한 아이에게 유도질문을 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ㄱ씨는 2005년 7월 당시 7살이던 동거녀의 딸 ㄴ양을 성추행하고, 정확하지 않은 어느해 ㄴ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1년 11월 특수학교에서 수업을 받던 ㄴ양이 교사의 질문에 대답을 하던 중 자신의 성폭행 사실을 언급하면서 ㄱ씨의 범행이 드러났다. ㄴ양은 2차례 경찰조사를 받았다. ㄴ양은 지적장애로 날짜나 시간 개념은 없었지만 자신이 당한 피해사실은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했다. 진술내용도 직접 겪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문제는 당시 조사를 했던 조사관에게 있었다. 조사관이 아이에게 “아버지가 이러이러한 강간행위를 했잖아”라는 식으로 유도질문을 한 것이다. 그동안 강간 사실을 진술한 적이 없던 ㄴ양은 조사관의 질문 이후 강간도 당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아이의 진술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상상과 현실이 뒤섞이는 진술’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재판부는 “아이가 비록 날짜는 혼동하고 있으나 성추행 부분에 대해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어 진술내용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성폭행 부분에 대한 진술은 배척한다”고 밝혔다. 조사관이 먼저 나서 아이에게 성폭행 부분에 대한 진술을 암시·유도했다고 판단해 신빙성이 높지 않다고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