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배(44·사진) 광진구다문화가정행복센터 실장은 하루 평균 10여 건씩, 4년여 동안 1만 건 이상의 이주여성 상담을 진행해 온 '전문가'다.
서 실장은 "경기도 양평에서 맨발로 무작정 택시 타고 도망 온 후 '한국 남자는 다 알코올 중독잔가요. 남편이 사탄 같아요'라고 울면서 하소연한 이주여성이 가장 기억에 난다"고 했다.
서 실장의 상담 경험을 통해 이주여성들의 눈에 비친 한국 주폭 남편들의 모습을 조명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주여성은 한국의 술 문화를 어떻게 보나.
"이주여성이 상담에서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한국 남자는 알코올홀릭(알코올 중독자)인가요?'다. 자신들 나라에서는 남성이 이렇게 술 마시는 걸 본 적이 없다는 거다. 한 캄보디아 여성은 '우리 집에 갈색병(맥주)과 초록병(소주)이 매일 10개씩 쌓인다'고 했다. 대부분 이주여성이 한국의 술 문화를 이해하기 힘들어한다. 어느 날은 베트남 여성에게서 '우리 남편은 퇴근했다면서 왜 매일같이 회사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 거냐'는 상담전화를 받았다. 나는 '비즈니스 때문이다. 한국에선 이해를 해줘야 한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비즈니스라면 더 맑은 정신에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하더라"
―주폭에게 학대받는 다문화 가정이 많나.
"실제 이주여성과 상담해보면 이주여성 10명 중 6~7명은 주폭 피해자다. 다문화 가정의 경우 부부가 쓰는 언어가 다르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쌓인 감정을 남편이 술 마시고 아내 때리는 것으로 푸는 경우도 많다. 일부 남성 중에는 자신이 부인을 '사왔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남성은 아내를 동반자라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소유물이라 여긴다. 술 취해 아내를 때리면서도 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주여성과 상담을 해보면 이미 결혼 첫날부터 남편이 술 먹고 때렸다는 얘기도 많이 한다. 이런 경우는 원래 남편이 주폭이었던 거다. 농촌지역에는 (원래 주폭이었던) 이런 경우도 상당히 많다."
―학대를 당한 이주여성들은 어떻게 되나.
"대부분 '한국에 얼마나 어렵게 왔는데 참자'고 생각한다. 국적 취득 문제도 있다. 현행 국적법에 따르면, 이주여성은 결혼 후 2년 이상 동거해야 국적 신청이 가능하다. 2년 동거를 못할 시엔 이혼 원인이 남편에게 있음을 증명해야 체류연장을 받을 수 있다. 2년이 되기 전에 남편과 이혼하면 불법체류자가 된다. 아이가 있는 이주여성은 대부분 아이를 한국에서 키우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주여성이 남편에게 맞으면서도 참는 것이다."